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 대통령 북경서 수행기자와 간담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 대통령 북경서 수행기자와 간담회

입력
1992.10.01 00:00
0 0

◎“통일 「외적장애」 모두 제거”/“남북 정상회담 북핵이 걸림돌/「후임총리」 여야 머리서 나오길”노태우대통령은 3박4일간의 중국 공식 방문을 끝내는 30일 상오 속소인 조어대에서 수행기자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이번 방중을 결산했다.

노 대통령은 새 내각구성 등 국내 정치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을 실현,만리장성에 오르신 소감을 말씀해 주시지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소박한 한 인간으로서의 감회뿐 아니라 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도 그 깊은 소회는 말로 다하기 어렵습니다. 세계의 반쪽만 상대하던 우리외교가 이제야말로 전방위 외교를 펼치게 됐구나 하는 생각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1세기전 4강에 짓밟혀 끝내 국권까지 빼앗겼습니다. 그런 우리가 지금 4강과 대등하게 그 중심적 입장에서 내가 조정의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국위가 높아졌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가슴 뿌듯했습니다. 우리 역사상 나라의 대표가 과연 이런 감회를 느껴본적이 있었던가 싶군요』

­이번 방중에서 많은 합의가 이루어진 특별한 배경이 있었습니까.

『배경이 있지요. 예를 들어 강택민 당 총서기와는 대화의 거의 반이 속담을 주고 받는 것이었는데 「백문이불여일견」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등 생소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두나라는 역사적 문화적인 동질성을 지니고 있어 딴나라와의 수교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런 점에서 똑같은 것이라도 정이 더가고 협력의 속도도 더 빨라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장 큰 소득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무엇보다도 북방정책을 마무리한 것입니다. 이제 평양으로 가는 모든 외적장애는 제거됐습니다. 통일을 향한 가장 튼튼한 기반을 다졌다는 것이 큰 보람입니다』

­이런 추세로라면 언제쯤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전망하십니까.

『단정은 내닐 수 없습니다. 이제까지 북방외교를 추구한 경험에 비추어 소련이나 중국과의 수교는 일반적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졌지요. 그러나 북한만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첫째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고 북한은 북한의 사정이 있습니다. 어제 강택민 총서기와 이 문제를 얘기하면서 핵문제가 가장 걸림돌이라고 했습니다. 핵개발 의혹이 해소되면 남북관계 진전속도는 매우 빠를 것이고 북한의 미일과의 수교도 도와주고 경협도 할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도 남이고 북이고 간에 핵보유를 원치 않으며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인데 너무 강한 압력으로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지요. 나보고 자꾸 대화하고 한번에 안되면 두번 열번 백번 기다리고 참아보라더군요』

­임기중 평양에 가시게 될 것 같습니까.

『나혼자 너무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좀 나눠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중국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시각과 입장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반도에 불행한 일이 생기면 중국도 불행하고 또 중국에 불행한 일이 생기면 한반도도 불행하게 된다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중 양중관계는 앞으로 각 부문에서 더 한층 차원높게 이루어지리라 봅니다』

­중국 지도자들과 어떤점에서 가장 큰 공감대를 가질 수 있었습니까.

『나와 중국의 지도자들은 두 나라가 이번 세기에 겪은 역사적 비국의 원인이 외부침략을 막을 수 있는 국력양성을 못한데 있다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추구하고는 교류와 협력,선린우호 관계를 회복해 모두 강하게 잘살자는데 뜻을 함께 했습니다. 남북이 통일되면 한중 양국간은 물론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라는데도 공감했습니다』

­6·25 참전문제에 대해 중국측의 언급이 있었습니까.

『옛 성현들의 얘기와 속담으로 오고 갔습니다. 예컨대 강 총서기는 「잊어버리자. 잊어버리자. 새것을 찾자」는 옛시를 인용,과거의 모든 불행을 극복해나가자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나는 「온고이지신」을 얘기했습니다. 옛날 것도 알것은 알아야 그것이 교훈이돼서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 총서기도 맞다고 했습니다』

­한중 관계개선의 숨은 요인은 무엇입니까.

『우선 경제적인 필요성을 들수 있습니다. 우리의 개발모델에 중국측이 따르고 싶다는 의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역사적 문화적인 배경으로 팔이 안으로 굽기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국제 경제구조를 보면 유럽은 수평관계에 있으나 동북아에서는 수직관계가 많습니다. 수직관계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의견일치가 있었습니다.

중국은 지역안정을 위해서는 군사강국의 출현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 등도 오갔습니다』

­국내에서 야당들이 영종도 신공항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매우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입니다. 이번에 와보니 중국도 북경 비행장이 협소한것 등 사회 간접시설이 너무 미약,확충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더군요. 우리의 경우도 항공·항만시설이 크게 모자라는 상태입니다. 사회간접투자를 막는 것은 참으로 답답합니다』

­3당 대표와는 개별회담을 할 것입니까. 다 함께 만날 것입니까.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떠날때 김영삼 민자총재에게 각당 대표들끼리 상의해 보도록 얘기했습니다. 어쨌든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르는데 알맞은 내각을 만들겠다고 한만큼 형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바라기는 이제 제발 아웅다웅 싸워 국론분열을 초래,바깥으로 엄청난 경쟁에서 뒤져 나라에 큰 손질을 가져오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정치권도 깨닫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나 자신 당을 배경으로 당선된 대통령이 9·18선언이라는 어찌보면 정상적인 일이 아닌 일을 한 것도(정치형태)를 근본적으로 한번 뜯어 고쳐야겠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6·29와 같은 맥락에서 극적 처방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결심했습니다』

­새내각은 언제 구성할 생각이신지요. 행정부를 빨리 안정시켜야 된다는 여론도 있습니다만.

『가급적 빨리 하는게 좋겠지요. 그러나 너무 서둘러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인사란 아무리 잘해도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더군요』

­후임총리로는 누가 좋겠다는 구상을 해보셨습니까.

『그런것까지 생각하려면 외교를 못하잖아요 그같은 문제는 국내에 맡겨 놓고 여기와서는 외교에 전념해야지요. 여야 머리에서 나오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북경=최규식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