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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궤도수정” 하고있다(대학을 살리자: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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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궤도수정” 하고있다(대학을 살리자: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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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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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이념 탈정치 탈폭력/시위자제 국민 공감대 형성에 눈돌려/이제는 환경등 사회문제에도 큰 관심/투쟁땐 폭넓게 학내의견 수렴… 방향신중히 결정대학의 학생운동권이 변하고 있다.

운동권의 2개 버팀목인 이념과 투쟁방식이 모두 심각한 도전을 받아 사회변혁을 추구하던 세력이 오히려 변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양상은 90년대 들어 남북관계의 급진전과 소련을 비롯한 동구 공산권의 붕괴,동북아 등 세계정세가 급변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중성 확보가 당면 현안으로 부각될뿐 아니라 민주화와 궤를 같이하며 축적해온 정치적 상징성마저 희석되고 있어 학생운동권은 과도기적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광복이후 반외세 민족주의와 반독재 민주주의를 지향해온 학생운동권이 단기간내에 설 자리를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운동권의 탈색과정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운동권의 체제부정과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폭력투쟁은 과거 독재정권하에서는 대중적 지지기반을 가졌으나 90년대 들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국내외 정치,사회 경제구조속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학생들 사이에 팽배해진 개인주의와 온건개량주의적 사고방식도 기존의 학생운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운동권이 내세우는 투쟁노선과 이념의 경직성도 학생운동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꽃병(화염병)과 쇠파이프로 무장하고 가두투쟁에 나서자」고 운동권이 대자보를 내붙여도 호응이 예전같지 않을만큼 대학인의 목소리는 다양해졌다.

학생운동권의 결집체인 전대협(전국대학생 대표자협의회)이 최근 자구책의 일환으로 과격투쟁 일변도의 종래 입장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80년대초까지 「사투(사상투쟁)」를 거쳐 대학운동권의 다수파로 자리잡은 NL(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론)파는 사실상 북한의 지배이데올로기나 다름없는 주체사상(주사)과 이념적으로 맞닿아 있어 학생운동의 입지를 스스로 좁히고 경직화를 자초하게 됐다.

현재 전대협의 주류인 NL파는 주체사상의 인식체계를 바탕으로 반미자유화,반파쇼민주화,조국통일을 3대 투쟁목표로 삼고있다.

운동권이 방향감각을 잃게된 결정적인 요인으로는 국내외 정치환경과 사회경제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사회주의 종주국이던 소련의 해체와 그에따른 동서냉전의 종식은 운동권의 이념체계에 치명적인 타격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안겨주게 됐다.

6공 출범이후 국민의 관심을 모은 제도정치권의 활성화와 역할증대도 재야와 연결된 학생운동권의 상대적 존재가치를 평가절하시켰다.

전대협이 주도하고 있는 운동권은 87년 민주화 항쟁후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게 되었다.

전국대학 총학생회장으로 구성된 전대협 총회와 각 지구별 의장이 참석하는 전대협 중앙위가 최고의결기구이며 그 아래 각 지구 상임위원회와 대학별 총학생회가 계선조직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학생운동은 파란만장한 한국현대사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해방이후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온 학생운동권은 4·19와 유신 독재기간을 거쳐 87년에는 6·29선언을 이끌어낼 만큼 민중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역사적 사실을 높이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각 분야에서 민주화과정을 밟으면서 학생운동권의 위상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전대협은 과격투쟁일변도로 소수집단화하고 있다는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다지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으며 전대협과 달리 비정치적 합법투쟁을 지향하는 대학생조직이 잇따라 결성되고 있어 주목된다.

전대협은 지난해부터 각 대학별로 우리농산물 직거래장터를 개설하는 등 대중성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대학생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운동방향에 적극 반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 지역별로는 「정책위원회 조사연구분과」를 만들어 운동전략의 다양화에 노력하고 있다.

전대협 대변인 조계환씨(27·성균관대 총학생회장)는 『학생들이 과거에 비해 자주적인 삶을 살려는 의지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학생운동을 책임지고 있는 지도부도 이같은 변화의 본질을 바로 파악해 투쟁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대학생 전위조직인 경실련 대학생회와 진보정당추진위의 외곽학생단체인 진보학생연합추진위(진학련),대학생활협동조합(대생협) 등은 학생운동권이 그동안 미처 다루지 못한 각종 사회문제에 접근,활발하게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서울대 이각범교수(사회학)는 『소련 및 동구권의 몰락으로 운동권중 민중민주계열(PD)이 타격을 받았지만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주사파는 건재하고 있다』며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운동권의 투쟁방식에 동조하지 않는 만큼 운동권도 사회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대학특유의 공동체문화를 지속시키기 위한 시각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박사과정 김모씨(29)는 『운동권이 투쟁일변도로 학생들의 앞장을 서거나 무조건 대중성 확보에만 매달리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환경문제나 지방자치제 등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구체적인 사고와 실천적 노력이 선행돼야 학생운동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조직부장 박병옥씨는 『이제 학생운동은 이데올로기 차원을 떠나 법과 제도를 개혁하고 사회의 여론을 결집시키는 일에 힘을 모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집계에 의하면 전국대학의 교내외 시위와 농성이 지난 87년이후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학기동안 전국에서 학내외문제로 시위 또는 농성을 벌인 대학은 모두 70개교,횟수는 5백44회로 연인원 12만4천여명이 참가했다.

이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대학은 18.6%,시위횟수는 47.5%,참가학생수는 42.9% 감소한 것이다. 민주항쟁으로 6·29선언을 끌어냈던 87년의 경우 1년동안 96개 대학에서 연인원 96만5천여명이 2천8백58회의 각종 시위와 농성을 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이같은 숫자는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79개 학교에서 25만4천여명이 1천2백61회의 시위·농성을 하는데 그쳤다.

운동권을 둘러싼 정치 사회환경의 혁명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 단계에서 학생운동권의 장래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운동권 조직내부의 이념적 경직성과 과격투쟁노선 등이 악화되지 않고서는 운동권의 입지는 현재보다 필연적으로 좁혀질 것이다.

◎「경실련 대학생회」/캠퍼스의 과소비·무질서등 추방운동/기존 급진운동권과 대조적 활동 “주목”

지난달 19일 서울대에서 발족식을 가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대학생 조직인 경실련 대학생회(의장 신현영·24·서울대 외교4)는 합리적인 정책개발과 점진적 개혁이념으로 시민운동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번 3·24 총선때 공선협 대학생 선거감시원이 주축으로 구성된 경실련 대학생회는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깨끗한 선거문화 조성을 최우선 목표로 공식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정당별 공약 비교토론회 개최를 추진하는 한편 ▲선거법 개정청원 ▲부정선거 고발창구 개설 ▲투개표 참관에 역점을 두고 있다.

경실련 대학생회는 이와함께 연기군 관권부정선거에서 드러났듯이 오염된 선거관행은 유권자에게도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고 올바른 주권행사를 계도하기 위해 전단 스티커 배지 등을 제작,전국적인 홍보캠페인과 함께 회원들을 상대로 철저한 선거감시교육도 실시할 방침이다.

경실련 대학생회는 대선후에도 ▲조직운영의 활성화 ▲실현가능한 정책대안 제시 ▲평화적 의사표현을 통한 절차적 합법성 확보 ▲국민생활과 직결된 이슈제기 등을 목표로 새로운 대학문화를 조성하고 학생운동의 바른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대학내에서 소비향락문화를 추방하고 질서유지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공해성 1회용품 줄이기(reduce) ▲쓰레기 분리수거와 폐품 재활용하기(recycle) ▲중고품 다시쓰기(re­use) 등 3R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열린 대학상」 실현을 위해서는 의사결정과 조직 운영과정에서 학생들은 물론,경실련 소속 교수의 지도와 자문을 모두 수용키로 했다.

이같은 경실련 대학생회의 운영방침은 기존 학생운동권의 급진변혁 이념 및 일사불란한 조직운영과 비추어 엄청난 대조를 보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경실련대학생회는 『사회정의는 혁명적 방식이 아닌 토지공개념과 금융실명제 실시 등 체제내 법제도 개혁을 통해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의 학생운동권이 대중적 지지기반과 명분의 위축으로 제기능을 다하고 있지 못한 현 시점에서 경실련 대학생회의 이같은 합리적인 현실인식은 대선기간뿐 아니라 향후 학생운동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일부 대학에서는 다가오는 총학생회 선거에 경실련소속 학생들이 출마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기존운동권과의 마찰도 예상되고 있다.

경실련 대학생회 신 의장은 『우리나라 학생운동도 변화된 현실을 인식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사회부:설희관차장·유승우·김현수·장현규·남대희·이성철·김병주기 자

▲사진부:박종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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