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영국의회의 토론과정은 늘 흥미진진하다. 특히 파운드의 폭락사태로 빚어진 경제위기를 다투기 위해 24,25일 이틀간 긴급 소집된 임시회의는 의제 자체가 큰 이슈인데다 새로 노동당 당수로 선출된 존 스미스의 데뷔무대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큰 스포츠중계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회의 개막을 고대했다.영국의회의 토론과정이 스포츠 못지않게 관심과 흥미를 끄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게 독특한 회의장 구조이다. 모두가 단상을 향해 앉은 우리 국회와는 달리 영국의사당은 3m쯤 되는 통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게 의석이 배치돼 있다. 의석도 일자형 소파로 되어있고 지정된 의석이나 명패같은 것도 없기 때문에 아무나 먼저 앉는게 임자이다. 최대한 앉을 수 있는 의석수가 4백50개 정도라 6백50명의 의원중 늦게 회의장에 들어온 의원은 복도에 서서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 단 양편 의석의 맨 앞줄은 집권당의 총리와 각료,제일야당의 당직자들이 차지하게 되어 있다.
영국의회의 토론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토론방식이다. 집권당 총리와 제일야당 당수가 맨 앞자리에서 토론을 주도하고 양쪽 의원들은 그때그때 끼어들어 자기편을 지원하는 발언을 한다. 우리처럼 써준 원고를 읽어내려가는 식이 아니라 즉석에서 상대방 의원과 논쟁을 하는 살아있는 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상대방 발언에 이의가 있을 때는 야유를 하기도 한다. 24일 회의 때도 메이저 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야유때문에 몇차례나 연설을 중단해야 했고 의장은 의원들의 정숙을 점잖게 요구하기도 했다. 스미스 노동당 당수의 비난에 메이저 총리가 일어나 즉각 반박하는 모습은 여러번 있었다. 스미스가 파운드의 평가절하를 빗대어 『메이저 총리는 평가절하된 정부의 평가절하된 총리』라는 말로 연설을 끝낼 때는 야당쪽에서 동조의 함성이 터지기도 했다.
이러한 영국의회의 토론과정 때문에 실력없는 의원,공부하지 않는 의원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더욱이 토론과정이 생중계되기 때문에 국민도 정책토론과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된다. 여기 비하면 남이 써준 원고나 읽고 질문에는 건성으로 넘어가는 회의진행,그나마 소수의 의사당 방청객에게만 공개되는 우리 국회는 미이라처럼 죽어있는 국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살아있는 국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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