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극복 우호 지향을” 서로 다짐/양 주석 「손에 손…」 연주따라 박수/현지 언론들 한국소개 특집… 경제협력 기대감 표시○예정보다 50분 초과
▷단독정상회담◁
○…노태우대통령과 양상곤 중국 국가주석은 28일 상오 단독·확대회담의 순서로 1시간45분간에 걸쳐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양국관계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 및 국제정세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
이날 정상회담은 당초 상오 10시15분(한국시간 상오 11시15분)부터 10시45분까지 30분간 단독회담,10시45분부터 11시35분까지 50분간 확대회담의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두 정상간의 단독회담이 10시20분부터 11시40분까지 80분간이나 진행되는 바람에 확대회담은 11시40분부터 12시5분까지 25분만에 종료.
이 때문에 단독회담에서 양국관계,확대회담에서 동북아정세와 국제정세를 논의키로 했던 당초 계획과 달리 두 정상이 단독회담에서 이 문제를 대부분 논의하고 확대회담에서는 논의결과를 정리하는 형태로 마무리.
○각료회의 개최 제의
○…인민대회당의 복건청에서 열린 단독회담서 노 대통령은 중국방문 초청에 사의를 표명하고 『북경 시민의 역동적인 모습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소감을 피력했고 양 주석은 『많은 북경 시민들이 노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연도에 나왔다』고 소개하며 『이번 방문을 환영한다』고 언급.
노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당진에서 산동반도의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속담이 있다』며 두 나라간의 거리적 가까움과 오랜 교류협력의 지난 역사를 거론하고 『근세들어 불행했던 단절기간을 극복하고 선조들이 발전시켜온 우호협력관계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
이에 양 주석은 『중국도 불행했던 과거의 단절기간을 극복하기 위해 앞을 내다보며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
노 대통령은 『북방외교를 북경에서 매듭짓게 되어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두 나라간의 교류와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양국간에 분야별로 정기적 각료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고 양 주석은 『바람직하다』며 찬성 입장을 표시.
○“의견차이 없어 기뻐”
○…이날 정상회담이 열린 복건청은 60평정도 크기의 장방형 방으로 양국 정상이 앉은 뒷면에는 대형 중국 산수화가 걸려 있었으며 양쪽 벽은 과일나무를 소재로 한 그림과 소나무 유자나무 등의 분재로 장식.
단독 정상회담에는 우리측에서 김종휘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중국측에서 전기침 외교부장,서돈신 외교부 부부장이 배석.
▷확대정상회담◁
양국 정상은 상오 11시40분 예상보다 50분을 초과한 단독회담을 끝낸뒤 확대 정상회담장인 동대청으로 이동.
노 대통령과 양 주석은 확대회장으로 들어서면서 큰 웃음을 터뜨리는 등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는데 우리측의 한 당국자는 『단독 정상회담이 예상을 깨고 대폭 연장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강조.
확대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양국간 국제정세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인식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기쁘다』고 말했고 양 주석도 『두 나라간에 국제정세 전반과 남북관계 전반에 관해 의견일치를 본 것은 무척 기쁘다』고 평가했다고 김학준 청와대 대변인이 설명.
확대회담이 열린 동대청은 1백50여평 크기의 큰 장방형 방으로 양국 대표단석 앞쪽에는 양국 국기가 놓여 있었으며 사면은 국화 등 화초류를 소재로 한 그림과 서예작품,화분 등으로 장식.
○…이날 낮 북경시내 샹그릴라호텔 대연회장(1층)에서 있은 중국 외교부의 한중 정상회담에 관한 외신기자회견에는 일본·대만·홍콩 등을 비롯한 서방기자 40여명이 몰려 이번 노 대통령의 역사적인 방중에 큰 관심을 표시.
이날 회견에서 오건민 외교부 대변인은 특유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상오에 있었던 노 대통령과 양 주석간의 양국 정상회담 내용을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으나 북한 핵문제 및 대만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중국의 기존입장만을 되풀이 설명하며 예봉을 회피.
그는 그러나 『양국 정상회담에서 대만문제가 어떻게 논의 됐느냐』며 대만 연합보기자가 대만문제를 제기하자 단호한 어조로 한중 양국간 수교 공동성명에서 이미 이 문제의 언급이 있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한·대만간 공식관계가 단절된 만큼 한·대만관계는 앞으로 민간관계에만 국한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못박기도.
○만찬취재 한때 실랑이
▷공식만찬◁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7시30분(한국시간 8시30분) 북경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양 주석 주최 공식만찬에 참석,양국 우의를 다지는 것으로 방중 이틀째 일정을 마감.
노 대통령과 부인 김옥숙여사는 이날 만찬장 입구에서 양 주석 및 진모화 인민상무위원회 부위원장(여)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뒤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
애국가와 중국 국가의 연주에 이어 연단에선 양 주석은 『본인은 노 대통령 내외분의 중국 방문을 환영하고 중한 양국 우호관계를 위해,노 대통령 내외의 건강을 위해,이 자리에 참석한 숙녀신사 동지들과 함께 잔을 들 것을 제의합니다』고 짧은 건배.
이에 노 대통령은 『양 주석의 따뜻하고 성대한 환영에 감사하며 양국간 수교와 오늘 정상회담은 역사의 순리요 지도자를 위시한 중화인민공화국의 위대한 결단으로 생각한다』고 답사.
이날 공식만찬은 취재가 허용된 적이 없다는 중국 외교부의 주장과 한국 언론은 모든 행사를 취재해야 한다는 우리측 입장 사이에 줄다리기가 벌어진 끝에 5분 정도 취재가 허용됐고 만찬사도 중국측은 관례가 없다며 난색을 표명했으나 우리측 요구로 간략한 건배사로 대체돼 진행.
만찬이 끝날 무렵에는 88 서울올림픽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가 연주되자 양 주석이 박수를 치기 시작,참석자 전원이 박수를 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며 하진양 중국 국가체육위원회 위원장과 장백발 북경시 부시장은 노 대통령에게 잔을 권하며 2천년 올림픽의 북경 유치에 대한 지원을 은근히 요청.
한편 중국 국가의 작곡자는 정율성이라는 한국인으로 밝혀져 화제. 이 곡은 항일전쟁 당시 작곡돼 애창되다 건국후 중국 국가로 정식 채택됐으며 정씨의 부인 정설송씨(중국인)는 대사를 역임했다고.
○지리적 인접성 강조
▷경제인 오찬◁
○…노 대통령은 이날 하오 숙소인 조어대 방비원에서 한중경제인 1백여명과 오찬을 함께하고 양국간의 오랜 역사적 관계를 상기시키면서 전통적 우호관계의 회복 등 새로운 협력 강화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피력.
노 대통령은 1시간30분간 계속된 이날 오찬에서 『한국의 서해안에서는 맑은 날이면 청도항의 공장굴뚝이 보일 것』이라고 두 나라의 지리적 인접성을 강조한뒤 『이런 두나라 사이가 비행기로 1시간 남짓한 거리로 좁혀지는데 수십년이 걸렸다는 것은 역사의 모순』이라고 지적.
○일반관람객 입장금지
▷자금성 관람◁
○…노 대통령은 이날 하오 부인 김옥숙여사와 함께 청나라 말까지 5백년간 중국 왕의 거처 및 집무실이었던 자금성을 공식 수행원들과 함께 간소복 차림으로 약 1시간 동안 관람.
노 대통령 내외는 고궁 박물원장의 영접을 받으며 자금성 제2문인 태화문 앞에 도착,『한중수교가 이뤄지자마자 한국의 국가원수를 손님으로 맞게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인사를 받고 『세계적으로 위대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중국에서 제일 잘 보존된 건축물을 보게 되어 감회가 깊다』고 소감을 피력.
노 대통령은 옛 왕의 집무실 연회장 침실 등을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곳곳에 얽힌 옛 얘기를 경청했는데 왕이 과거를 주재했던 설명 등을 듣고는 『우리의 조선시대에도 똑같은 제도가 있었다』며 옛날의 인재등용 방법에 깊은 관심을 표시.
중국측은 이날 노 대통령의 시찰에 대비,1시간 전부터 일반 방문객의 관람을 금지하며 예우나 경호·경비에 철저를 기했으며 고궁 박물원측은 자금성 사진첩을 노 대통령 내외에게 선물.
○경제협력 등 집중 논의
▷공식 환영식◁
○…이에 앞서 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상오 10시(한국시간 상오 11시) 북경 인민대회당 동편 광장에서 중국측이 마련한 공식 환영식에 참석.
노 대통령 내외가 환영식장에 도착하자 양 주석은 반갑게 인사를 했고 소년소녀 화동 2명이 화환을 증정.
양 주석이 먼저 노 대통령 내외에게 중국측의 환영인사들을 소개하자 노 대통령은 우리측 공식 수행원을 양 주석에게 소개.
이어 노 대통령과 양 주석은 사열대에 올라 양국의 국가가 울려퍼지고 예포 21발이 터진 가운데 의장대를 사열.
○산업발전 상세 보도
▷현지 언론◁
○…당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해방군보(인민해방군 기관지),중국청년보,공인일보,광명일보,경제일보 등 중국 신문들은 이날 관영 신화통신 기사를 전재,노 대통령의 북경 도착사실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노 대통령의 방중이 특히 경제·무역분야를 포함해 전반적인 양국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
특히 인민일보는 1면 상단에 노 대통령의 북경 도착기사를 실은데 이어 6면(해외판)에 「빠르게 발전하는 한국경제」(쾌속발전적 한국경제)라는 제목의 박스물을 게재하고 자동차·철강·화학·건설·식품·섬유·금융·무역 등 한국산업 전반의 발전상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
또 신화통신이 발간하는 일간지인 참고소식은 노 대통령의 방중에 따른 특집기사로 일제치하 한국임시정부 활동과 윤봉길의사의 활약 등을 소개.<북경=최규식·유동희특파원>북경=최규식·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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