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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유화,득 보다 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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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유화,득 보다 실(사설)

입력
1992.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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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이 쉽게 진척되리라고는 예상치 않았다. 아닌게 아니라 한국측의 남포조사단과 최각규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의 방문문제가 어렵게 진전돼 가고 있다. 남북이 과연 지금 이러한 문제 하나도 제대로 풀어갈 수 없을만큼 상호 회의와 불신감의 늪에서 계속 허우적대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특히 한반도와 그 주변정세를 볼때 북한측이야말로 경직된 이념,체제,행동양식에서 벗어나 변화된 주변 국제정세에 능동적인 적응을 보여주기 시작해야 할때인 것이다.북한의 소위 주체 경제체제 즉 오타르기(자급자족)경제가 파탄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북한의 경제뿐 아니라 체제 그 자체가 살아남으려면 현재 엄청난 경제난의 극복이 열쇠가 되며 이를 위해서는 개방경제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충분 조건이다.

북한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김달현 국무원 부총리의 남한방문중의 언행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개방정책을 서둘러 실행하는 것이 일의 수순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남북협상에서 개방에 역행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남한과의 경협을 소위 민간차원에서 추진하고 남한 정부의 관여를 배제하거나 최소한으로 한정하려는 입장을 조금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고위급 회담에서도 그렇지만 남북경협 회담에서 자신들의 협상원칙을 완강히 견지하고 있다. 『내것은 내것이고 네것도 내것이다』는 비타협적이고 교조적인 자세다. 북한 정권이나 체제의 본질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물론 개방체제로의 전환이 김일성 개인숭배 체제의 붕괴내지 약화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체제안보적인 우려가 개방을 주저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천안문사태가 발생했지만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방경제와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북한은 중국의 개방선례를 따르면 되는 것이다. 북한은 소아병적인 개방공포증에서 탈피해야 한다. 우선 남한과의 경제협력에서 자세전환을 보여야 한다. 민간 베이스의 경협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어리둥절한 것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교조적 태도를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한은 25일 판문점 연락관 회의에서 남포조사단을 오는 10월3일이나 4일부터 5박6일동안 방북시키기로 합의하고 조사단은 단장에 대우그룹 중역으로 하고 단원들은 정부 실무자급 2,3명을 포함하여 12명내지 15명 규모로하는 민관혼성으로 구성키로 했다.

이에따라 10월3일부터 9일까지로 예정했던 최각규부총리의 방북을 10월중순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측에 전면 양보한 것이다. 말로는 북의 개방파의 입지를 세워주기 위한 전략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북의 책략에 놀아는 것 같다. 어설픈 유화정책은 득보다 실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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