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느닷없이 던져진 노태우대통령의 탈당중립내각 선언이후 정국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9·18 선언의 진의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이 아직도 구구한 가운데 중립내각 구성을 둘러싼 시비로 여전히 중국은 시끄럽다. 9·18 선언을 즉각 환영하는 야당의 반응으로 보아 금방이라도 정상화될 것 같던 정기국회는 여전히 공전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국정은 국정이고 선거는 선거일 뿐인데 마치 선거가 국정의 전부인양 착각될 정도로 선거무드만 고조되고 있는게 국내 현실이다. 이러다가 국정도 갈피를 못잡고 선거는 선거대로 혼란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개각을 빨리 매듭지어 국정의 질서를 잡고 대통령선거도 가닥을 제대로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다. 28일에는 모처럼 3당 대표회담이 열린다니 기대를 걸어보긴 하지만 여야간의 의견차이가 얼마나 좁혀질지 의문이다.
이러한 국내실정에도 불구하고 노태우대통령은 27일 중국방문길에 오른다. 유엔방문을 마치고 돌아온지 이틀만에 다시 북경행 비행기를 타는 셈이다. 정말 바쁘고 바쁜 외교 발길이다. 자신이 스스로 던져놓은 9·18 선언으로 정국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 와글와글 야단인데 이 와중에 유엔행,북경행이 뭐그리 급한가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도,독일의 콜 총리도 그들의 국내사정으로 방한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는데….
유엔에 가서도 소기의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 같지는 않다. 뉴욕에선 탈당이 어떠니,중립내각 인선이 어떠니 하면서 국내정치 얘기만 하다시피 하지 않았는가. 유엔에 가는 진짜 목적은 한미 정상회담에 있다고들 강조했는데 왜 부시 대통령은 만나지 않았을까. 부시 대통령이 만나주질 않았는가. 아니면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인기가 자꾸 올라가니까 한국측에서 부시를 기피한 것인가. 정부의 공식해명도 없다.
그러나 27일부터 시작되는 북경방문은 유엔행차와 차원이 다르고 의미도 다르다. 수교협정 서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 재빨리 달려가는 모습이 약간 마음에 걸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 역사적 의의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서로가 오랫동안 적성국으로 단절되어왔던 불행한 과거의 역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우방으로서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싶다. 같은 핏줄의 한민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중국대륙에 한국붐을 잔뜩 일으켜주고 돌아오기 바란다.
한중수교에 대해 아직도 말이 없는 침묵의 땅 북한에 사는 동포들에게까지도 퍼질 수 있도록 새시대의 고동을 크게 울려주고 왔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때마침 37명의 정상급 기업인들로 구성된 경제사절단도 동행한다니 중국에 대한 경제진출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타당한 것인지 현지에서 확인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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