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4 증시안정화조치」가 발동된지 1개월이 지났다. 증시는 정부의 의도대로 재부상의 기틀을 마련해가고 있는가. 아직 변수가 상당히 있고 또한 안정화조치가 실시된지 긴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어서 좀더 관망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 시점에서는 뚜렷이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가 어렵게 돼있다.특히 「8·24 조치」의 맹점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어 잘못하면 이 조치가 또하나의 실패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8·24 조치」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자금을 동원하여 무조건 주식을 매입하여 떨어지는 주가를 지지하려 했던 89년 12월12일의 증시대책과 같은 처방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12·12 조치」는 대실패로 끝났다. 누누이 지적해온 바와같이 시중은행으로 하여금 한국 등 3대 투신사에 약 3조원을 지원,주식을 무제한 매입토록 했던 이 조치는 결국은 주식의 하락세를 막지 못한채 기관투자자와 큰손 등 대형투자자들만 주식을 처분,손실을 막을 수 있게 해줬다.
증시의 시황과 정보에 어두운 개미군단(일반투자자)들만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 「12·12 조치」의 교훈은 분명하다. 실물경제와 시장기능을 무시한 인위적인 증시부양책은 뿌리내리지 못한 묘목처럼 실패작으로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8·24 조치」는 은행,보험,투신,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들로 하여금 소위 주식을 파는 것보다 사는 것을 더 많도록 하는 매수우위원칙을 지키도록 강요하여 증시를 부양시킨다는 것이다. 이 조치에 따르면 ▲은행신탁계정에서 6개월간 주식투자 7천억원 ▲연·기금에서 향후 1년간 주식매입 1조2천억원 ▲증권사 및 상장법인의 증시안정기금 추가출자 5천억원 등 모두 3조9천억원의 주식매입자금을 동원하는 것으로 돼있다.
사실 「8·24 조치」는 초기에 괄목할만한 효과를 나타냈다. 이 조치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 8월21일 종합주가지수는 4백59.07로 6공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조치발표 1주일후인 지난 9월1일에는 한때 5백81.49포인트까지 올라 눈깜짝하는 사이에 1백포인트 이상이 급등했다. 그러나 추석연휴이후 조정국면을 맞으면서 횡보,지난 22일에는 5백21.79포인트 조치발표때 보다 약 10%의 상승을 나타냈다.
요즈음의 주가약세는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 탈당과 중립내각 수용 등 「9·18 선언」에 따른 정국혼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정국이 경제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만큼 유동적이거나 어두운 것이 아니다. 국지적인 것이다. 증시의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직접적인 요인은 기관매수여력의 소진이라고 봐아겠다.
8·24대책 초기에 기관투자가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하루 2백억원 이상이었으나 추석이후 급격히 떨어졌고 지난주에는 50억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큰손과 일반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귀환,증시의 활력을 정착시키기 전에 유도선인셈인 기관투자자들의 추진력이 탈진됐거나 약화된 것이다. 재무부는 다시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우위 여부를 점검,독려하리라고 한다. 그런다고 힘이 나오는가. 실물경제와 시장의 자연스런 흐름을 등진 「8·24조치」는 자율화를 지향하는 시대사조에 역행하는 시대착오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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