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대통령의 「9·18단안」은 우리나라의 민주정치 성숙에 또하나의 비약을 기대해볼 수 있는 제2의 「6·29선언」이라 하겠다. 노 대통령의 민자당 당적이탈과 중립내각 구성을 요체로하는 「9·18단안」은 행정부의 엄정중립으로 정부와 여당의 특수관계를 단절,오는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명실공히 공명정대하게 치르겠다는 것이 취지다. 선거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던 소위 여권의 프리미엄을 없애는 것이다.호사다마라고 우려되는 것은 국정의 표류다.
정권의 말기에는 권력의 누수현상이 따르기 마련이다. 노 대통령의 민자당과의 결별로 권력의 누수는 심화될 것이 확실해졌다. 역설적인 말이지마는 정치권에서 협력해주지 않으면 피해는 클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는 경우 민자·민주·국민당 등 어느당에서 집권하든 집권의 부담으로 부머랭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권력누수의 피해는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경제적 역기능이 크게 우려된다. 정치권은 경제적 파급영향을 최소화하는데 함께 나서줘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의 안정을 유지해주고 또한 경제논리에 대한 정치논리의 지배를 자제해주는 것이 요구된다. 경제안정은 현 경제팀과 그들이 추진해온 안정기조의 환경경제정책을 지속시켜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연초에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개선에 역점을 둔 거품제거의 경제안정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내수진정에 주도되어 경제성장률을 상반기중 6.7%로 거품진정이 뚜렷해졌다. 또한 소비자물가는 8월말 현재 4.5%로 지난해 동기의 7.8%보다 크게 안정됐으며 국제수지도 무역수지 적자 58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6억5천만달러보다 28억3천만달러가 개선됐다. 거품소멸 과정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섬유·신발업종과 중소기업들의 부도가 증대하는 고통이 따랐다. 또한 미래의 경쟁력이 되는 설비투자가 부진,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정부는 중소기업 신용기금 출연증대·외화대출의 증대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경기논쟁이 시사하듯 금융긴축 등 안정화 시책에 대해 한때 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으나 이것에도 신축성이 부여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현재의 안정기조 정책에 컨센서스가 견지되고 있다하겠다. 전경련은 『현재의 경제정책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나 정치권의 공세에 밀려 정책을 급격히 변경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가 더욱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경제정책 방향에 잘못이 없다면 굳이 경제팀을 바꿀 이유가 없을 것이다. 6공의 임기는 이제 5개월 남짓 남았다. 「중립내각」이라해도 정책의 안정과 일관성을 위해 가능한한 소폭이 바람직하다.
민자·민주·국민 등 3당은 중립내각 인선의 주안점을 안기부장·내무·법무·공보 등 선거관련 각료직에 두게될 것이다. 개각도 이 범위에 한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 중립내각이 3당의 「나눠먹기」 식이 돼서는 국민의 기대에 부합될 수가 없을 것이다.
경제안정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정치권의 무리한 정치논리 강요나 비이성적인 선심경쟁이다. 6공 정부나 국회나 6공의 잔여 임기중의 주요과제는 93년도 예산안처리와 대통령선거다. 예산안은 당정협의를 통해 정부안이 확정됐는데 민주·국민당이 어느정도 수정을 시도할지 관심이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이 기왕의 당정협의 작품이므로 민자당이 통과 주도의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민주·국민당의 공세가 과거보다는 부드러울 것으로 기대한다. 예산안중 쟁점으로 예상되는 것은 관례로 보아 ▲추곡수매가와 수매량 ▲소득세 면세점 ▲경부고속전철·영종도 신국제공항 건설 등 대형국책사업의 예산 등이다. 또한 법률 안에서는 30대 재벌그룹의 계열기업간 상호지급 보증을 3년동안 2백%로 제한할것을 규정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다. 전경련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당의 보류조처로 당정협의에의 상정이 연기돼왔던 것이다. 이제 정부가 국회관련 상임위에 올리게 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겠다.
정치권이 그들 자신의 이익보다는 국민경제의 이익을 우선시켜줘야겠다. 깨끗한 정치의 요구에 부응할줄도 알아야겠다. 「9·18단안」이 문제의 시작이 아니라 문제의 해결이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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