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말 또는 21세기초까지 서유럽을 묶어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담은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프랑스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미스트리히트 조약은 20일 프랑스 국민투표에서 승리함으로써 위기감까지 불러일으켰던 고비를 넘겼다.궁극적으로 3억5천만 인구를 묶어 유럽합중국을 만들려는 목표를 겨누고 있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안은 숱한 우여곡절 끝에 작년 12월 유럽공동체(EC) 정상회담에서 채택됐었다. 크게 봐서 99년까지 유럽중앙은행 설립,유럽 단일통화 실시,외교·국방에서 회원국간 협력강화,사법·범죄 및 출입국 부문 협력강화,유럽시민권 실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제 프랑스의 비준절차가 고비를 넘김으로써 지금까지 도상연습에 그쳤던 유럽통합운동은 한걸음 구체화되는 방향으로 앞서가게 됐다. 이것은 유럽대륙의 엄청난 전환일뿐만 아니라,국제적인 역학구조에 새로운 가능성이 우리의 눈앞에 다가섰음을 뜻한다.
그러나 프랑스의 국민투표 결과는 미테랑 대통령이 자화자찬 끝에 단 꼬리표대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승리였다. 비준지지율 51.05%란 숫자는 찬반이 거의 절반선에서 백중세였음을 보여줬다. 대체로 지지는 정치·문화적인 중·상층,반대는 노동자·농민사이에 우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찬반논쟁의 내용을 본다면 통합을 지향하는 미테랑 대통령의 사회당 정부는 앞으로 상당한 행동의 제약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재정이민정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국가주권 확보와 독일이 주도하는 통일유럽 형성의 반대 등이 반대파의 주요 쟁점이다.
앞서 지난 6월 국민투표에서 비준을 거부했던 덴마크의 슐뤼테르 총리도 현재의 마스트리히트 조약안을 재조정해야 될 것이라고 시사하고 있다. 영국의 보수당도 느슨한 통합을 밀고있는 만큼 궁극적인 유럽통합 형태에 관해서는 앞으로 논쟁이 더 첨예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건 서유럽의 통합은 불가피한 현실이 되고 있다. 앞으로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예상하지 못했던 동유럽과의 관계설정,독일통일이 몰고온 경제적 영향,유고사태에서 보여준 외교정책의 조정 등을 풀어야할 것이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통합을 지향하는 노선에 일단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나머지 EC회원국 7개국은 국민투표가 아니라 의회비준을 택하고 있어,그 결과가 낙관되고 있다. 인구 4천여만의 우리로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대륙에 이어 서유럽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거인의 출현에 대책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우리는 사실상 아직도 냉전시대의 역학구조,그리고 냉전시대의 국제감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반세기의 전통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서유럽과 북미대륙에서는 거대한 힘의 재편성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외교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보다 근본적으로 국가적인 경쟁력의 강화도 급하다. 지난 역사를 거울삼는 현명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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