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공정성 확보” 액면수용/YS견제·당내 자신감 겨냥김대중 민주당 대표는 21일의 기자회견에서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 탈당과 중립선거관리 내각구성 결정을 「용기있고 성실에 찬 결단」이라고 적극 지지한뒤 이 결단에 상응하는 본격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개원이래 공전중인 국회의 무조건 정상화를 선언했고 정국 최대현안인 자치단체장선거 문제에 대한 공세를 유보시켰다. 김 대표로서는 정국운영과 관련한 고리를 한꺼번에 풀이버린 것이고 이는 「9·18조치」에 대한 화답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김 대표가 노 대통령의 「9·18조치」에 이례적인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우선 김 대표는 노 대통령의 입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9·18조치」를 기정사실로 만들고 이 조치가 지니고 있는 긍정적 측면을 자신의 대선가도와 민주당의 정국운영에 최대한 활용하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6·29선언 직후인 87년부터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계속 주장해왔고 게임의 공정상만 확보된다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고있기 때문에 「9·18조치」에 대한 의미부여에 굳이 주저함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자신이 미국에서 가진 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되풀이 강조하면서 이번 조치가 노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가일각에 나돌고 있는 「노YS합작품」 설을 일축했다. 김 대표의 향후 전략이 노 대통령의 입지를 최대한 배려하면서 공세의 주목표를 김영삼 민자총재로 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가 노 대통령과의 4자 회담을 제의하면서 3당 수뇌회담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와함께 김 대표는 이번 조치를 민주당의 정국주도권 장악에 연결시키는 한편 대선과 관련된 자신감을 주변에 불어 넣어주려하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에서는 지자제 관철이 안될 경우 대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 상실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번조치를 계기로 이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게 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해 당의 한 중진의원은 『지자제 공방에는 대선전초전의 기세싸움이라는 측면도 있었다』고 전제,『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9·18조치」는 지자제 관철이상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김 민자총재의 대세몰이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으며 이는 곧바로 민주당의 대선승리에 대한 자신감 충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지자제 관련공세 수위가 현격히 낮아지면서 사실상 유보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된다.
민주당은 지자제 공세를 중립선거 관리 내각의 진척도와 연계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자제가 「내년 상반기중 실시」라는 선에서 절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회견의 제목을 「대화합의 정치로 난국을 타개하겠다」고 달았듯이 기왕에 해온 유화와 화해의 모습을 갈수록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향후 정국운용 기조는 특별한 돌출변수가 없는 한 이날 회견과 같은 온건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일문일답◁
민주당의 김대중대표는 21일 상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화합의 정치로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내용의 회견문을 통해 즉각적인 국회정상화의 뜻을 밝히고 일문일답을 가졌다.
앞으로 구성될 중립내각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에 대한 입장은.
『3당이 추천해서 구성되는 것으로 추천된 인사는 종전에 정치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거나 당적이탈한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 중립내각은 사람의 중립성이 아니라 정권의 중립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어느 정당에서 추천됐건 국민적 입장에서 공명선거 등 4대 과업을 차질없이 수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선거에 직접 관련되는 국무총리,내무,법무,공보처장관,안기부장 등에는 과거에 정치적으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한 사람은 참여해서는 안된다』
앞으로도 민자당이 당정협의,관계기관 대책회의 등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나 입수한 정보로 판단할때 어느 정당도 여야의 차이가 없는 똑같은 성격의 입장이다』
노 대통령의 선언이 김영삼 민자당 총재의 합작품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두분의 인격으로 보아서 정치지도자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믿지 않고 있으며 그것은 억측에 불과하다』
단체장선거 연내실시 관철없이는 국회정상화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는데.
『대통령의 결정은 획기적인 것이며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국회운영에 대한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4자회담후에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국회에서 할일이 많고 대선을 감안하면 기간이 짧아 최고위원회의에서 즉각 국회정상화를 결정했다』
대통령의 중립선언으로 지자제 연내실시와 장외투쟁 주장의 논거가 없어진 것은 아닌지.
『단체장선거는 공명선거 보장뿐만 아니라 각 부문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우리 당의 입장은 대선과 관계없이 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김광덕기자>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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