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홀로서기」 당력결집 총력전/당정고리 단절… 국정 초월위치서 운영/청와대/“김 총재 강공때문” 자성론등 대응 각각/민자청와대와 민자당은 19일 노태우대통령의 탈당과 중립선거 관리내각 구성으로 집약되는 「9·18 조치」의 진의를 파악하고 나름대로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등 충격흡수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정은 대선의 공정성 보장이란 측면에서 노 대통령의 결단을 환영하면서도 서서히 일고 있는 이상기류속에 새로운 관계설정에 부심하고 있다.
○…청와대측은 이날 노 대통령의 민자당 탈당과 중립선거 관리내각 구성방침에 대해 전날의 발표문대로 「선거관리의 최고책임자로서 철저한 중립을 지키기 위한 결단」임을 강조.
그러나 그같은 「결단」의 배경과 향후 노 대통령과 김영삼 민자당 총재의 내면적 관계 등에 대한 해석에는 서로 다른 시각들이 있는 것도 사실.
특히 노 대통령의 민자당 탈당 결심과정을 깊이 알고 있는 핵심 참모진들 외에는 앞으로 여권 구도변화 여부나 대선 변수 가능성 등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도 감지되는 상황.
이와함께 정무 사정 등 각 비서실은 향후 정부와 민자당 또는 정부와 야당과의 관계설정문제,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이후 국정의지구현 방향 등에 대한 검토작업에 본격 착수. 청와대측의 현재 분위기로는 민자당의 기대와는 달리 정책조정 및 협의를 위한 각급·각종 당정회의가 폐지될 전망.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임시 국무회의에서 강조한 내용이 향후 당정관계 설정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에 대체적으로 공감. 한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전국무위원들에게 최근의 정치상황과 관련한 국정의지와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기 앞서 탈당 방침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한 것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공직사회의 선거문화에 대한 인식과 발상의 전환 및 신사고를 당부한 것도 의미있는 대목』이라고 강조.
그렇지만 청와대 관계자들도 노 대통령의 탈당이 과연 김 총재,즉 「김영삼 민자당 후보」와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지와 이것이 여권의 구도변화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인상.
이와관련해서는 노 대통령이 명분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김 후보 지원의 부담을 덜었다고 해석하는 쪽이 주류.
반면 일부에선 노 대통령이 내면적으로는 어떤 식으로라도 김 총재를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대두.
이에 대해 한 고위관계자는 『그같은 내밀한 지원사실이 밝혀지면 노 대통령의 도덕성과 김 총재의 대선전략 모두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며 『이제 국책사업 추진을 선거자금과 연결시키는 의혹도 불식될 것』이라는 말로 노 대통령의 자금지원 부담이 없어졌음을 강조.
○…민자당은 이날 노 대통령의 당적 포기에 따른 충격의 강도를 거듭 실감하면서 당혹스런 표정과 함게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
당지도부는 일단 하부조직의 동요를 막는 일이 급선무라고 판단,전날밤 급히 제작한 담보호외 1백만부를 전국 시도지부에 배포했는데 담보내용도 이번 조치를 「노 대통령·김 총재 합작작품」 「제2의 6·29」 등으로 표현,애써 당정 일체감을 부각시킨 흔적이 역력.
그러나 이같은 외견상의 표정과는 달리 당내에는 「여권 프리미엄의 포기」가 가져올 파장이 실로 엄청날 것이란 점에 시각이 일치하고 있어 당직자들 얼굴엔 한결같이 수심이 가득.
특히 이날 여의도 당사에는 고위당직자중 유일하게 김영구총장만이 자기 방을 지키며 밤늦게까지 남아있었을 뿐 대부분 당직자들이 일찍 자리를 떠 집권여당에서 돌연 다수당으로 변모된 분위기를 반영.
더욱이 당내 3계파는 이번 조치에 따른 시각편차가 두드러져 함구로 일관하는 민정계와는 달리 공화계측은 노 대통령을 「무책임한 인물」로 몰아쳤고 민정계는 김 총재의 과속한 정치스타일을 질책하는 등 각양각색.
김 총장은 이번 조치가 당정갈등의 산물이란 지적을 애써 부인하며 『거듭 확인해봤지만 엄정한 선거관리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인 만큼 대선승리를 위해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당력을 재충전하겠다』고 강조. 그러나 김 총장은 『사상 처음으로 홀로서기라는 과제에 직면해있는 만큼 무엇보다 자생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앞으로의 일이 간단치 않을 것 같다는 우려를 부인하지 않는 모습.
특히 김 총재측에서는 당의 개혁노선을 감안할 때 노 대통령의 탈당은 장기적으로 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없진 않으나 김 총재의 지나친 강공드라이브에 대한 자성론도 적지 않게 대두.
이와관련,한 핵심측근은 『노 대통령의 결심이 충격적인 것은 사실이나 이제야말로 홀로서기 작업을 본격화할 때』라며 『무엇보다 이완되는듯한 당분위기를 쇄신하는 김 총재의 복안이 내주중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최규식·정진석기자>최규식·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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