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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현주소/김승일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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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현주소/김승일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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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19일로 출범 4주년을 맞는다. 88년 9월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야 타협의 산물로 발족된 헌법재판소는 유신 및 5공때의 헌법위원회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씻고 헌법수호의 최후 보루가 됐다.92년 8월말 현재 1천5백26건의 헌법소원 사건 및 위헌 법률심판 사건 등을 접수,28건의 위헌결정 등 1천2백1건을 처리한 통계숫자만 보더라도 7년동안 단 1건의 위헌결정도 내리지 못했던 헌법위원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헌재가 결정을 내릴 즈음이면 해당 정부관리들이 긴장하고 경제인들이 로비까지 하게된 상황은 헌재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알려준다.

따지고 보면 헌재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헌법을 지키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각오가 헌재에 대한 무한한 기대로 이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헌재 관계자 스스로 『법원·검찰과 달리 하부조직이 없는 헌재의 유일한 무기는 국민들의 관심과 여론의 힘』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하지만 제대로 커나가는가 싶던 헌재가 최근 국민들의 소망을 저버린채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날치기 법안사건,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연기 결정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경우 어김없이 『우린 결정을 미룰테니 정치적으로 해결하라』는 식의 무소신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90년 8월 접수된 날치기법안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은 국회구성원이 바뀐 지금까지 계류중이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연기 결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은 연말 대통령선거가 끝난뒤에나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연기군 관권선거 양심선언 사건에 대한 검찰의 눈치보기 수사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은 헌재에 대해 눈치보기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헌재는 내년 3월 서울 종로구 제동 창덕여고 자리에 어엿한 청사를 마련,긴 셋방살이를 마칠 예정이다. 새집에 들기전에 소신있는 결정의 관행을 쌓아가기 바란다.

신청사의 벽돌 하나 하나가 헌법재판관들의 소신과 투철한 헌법 수호정신으로 쌓아 올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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