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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갈등 “표면수습… 내면격랑”/노 대통령 탈당선언… 정국 새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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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갈등 “표면수습… 내면격랑”/노 대통령 탈당선언… 정국 새기류

입력
1992.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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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YS 기세에 고단위 되치기/“개혁템포 일치” 불구 파장미묘노태우대통령이 18일 여야 의견을 수렴한 중립선거내각 구성과 민자당 탈당뜻을 밝혀 여권내 갈등과 여야 대치로 복잡하게 꼬여들던 정국은 급격히 새물살을 타고 있다. 노 대통령의 전격적인 카드는 표면적으로 초연한 선거관리입장을 강조해 자치단체장 선거문제로 파행을 거듭해온 정국을 정상화시키고 연기 관권선거 파문의 수습방안 이견으로 빚어진 여권갈등을 원천 해소하는 것을 동시 겨냥한듯하다.

그러나 이같은 노 대통령의 「결단」이 최근 3∼4일간 파워게임으로까지 비춰진 당정개각 갈등의 비등점 시점에서 나왔고 이날 김영삼 민자당 총재와의 회동을 통해 사실상 「통고」되는 방식을 취했다는 점에 정가 관측통들은 크게 유의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동통신문제 해결과정에서 김 총재의 정치행태에 의구심을 품어왔던 노 대통령의 불만이 연기사건에 대처하는 김 총재의 돌출적 언행을 계기로 분출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노 대통령이 내린 처방은 대담한 중립선거내각을 요구한 김 총재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오히려 그보다 훨씬 더 나아간 되받아치기의 성격을 띠고 있다. 김 총재가 『당당한 공명선거를 치르겠다는 나의 취임사 취지와 합치되므로 흔쾌히 이를 수용했다』고 밝힌 이면엔 논리면에서 딱히 거부할 근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꿔말해 중립적 선거내각 구성을 위해 여당 뿐 아니라 야당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할 시간이 필요하고 대통령 자신도 당적을 떠나 초연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것을 비록 김 총재의 본심을 넘어선 것이라고 해도 훨씬 더 객관적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입장이 정국 정상화에 얼마만한 실효를 거둘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으나 대선의 공정성문제에 관한한 노 대통령이 김 총재 보다 더욱 전향적인 고단위 처방을 제시,6공과의 개혁적 차별화정책을 추구하던 김 총재 진영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음은 틀림없다.

이와관련,김 총재의 한 핵심소식통은 『이번 문제를 파워게임으로 해석,이동통신 문제때 일격을 당한 노 대통령이 김 총재에게 역공의 일격을 가했다는 분석이 있으나 이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며 『그동안 정치토양의 차이로 다소 불일치를 보였던 두사람의 개혁템포가 일치돼 이뤄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소식통은 『노·김 두사람이 정권의 정통성과 도덕성 확보를 위해 대선의 공정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에 완전 일치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김 총재측은 노 대통령의 입장 천명이 당정 불협화와 파워게임의 결과라고 보는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노·김 회동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면 간단찮은 구석이 적지않고 심지어 청와대 소식통은 『노 대통령의 이번 결단에는 김 총재에게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요컨대 이동통신 문제나 관권선거 사건에서처럼 김 총재가 여권 정책결정 과정에서 필요한 고유의 질서를 무시한채 대세론과 정치적 고려를 앞세우는 밀어붙이기식 행태에 마냥 몰릴 수 없음은 물론 『정권 말기의 레임덕현상을 가속화하는 언행에 분명한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도는 기존 당정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노 대통령의 당적이탈이 17일밤 김 총재에게 간접 시사됐을 뿐 거의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또 당적이탈 문제가 이동통신 문제가 첨예하게 부각될 때 이미 여권 주요조직에서 건의됐다는 후문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때문에 예기치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여권내 사정은 표면적 흐름의 이면에 내재한 노·김 두사람의 「기세싸움」에서 비롯된 바가 더욱 크고 향후 두사람의 관계 재설정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돌연 「집권당 총재」에서 적어도 표면적으로 정부의 뒷받침이 없는 「다수당 총재」로 옮겨 않게된 김 총재의 대응과 향후 행보이다.

김 총재는 일단 시기만 늦어졌을 뿐 대폭적 선거관리 개각을 요구한 자신의 입장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여권조직을 자신의 책임아래 하나로 묶는 작업을 서두를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노 대통령의 카드는 김 총재를 보는 여권내 사시를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김 총재가 이를 또다른 방식으로 받아칠 경우 여권내부의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김 총재의 또다른 소식통은 『이미 김 총재가 여권 프리미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누차 밝혀왔으니 당정의 분리는 정부에 대한 김 총재의 부담을 덜고 독자행보를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는 적극적 기회를 맞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주변에서 구 여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김 총재에 대한 견제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않아 김 총재의 개혁행보가 또다시 이들의 이해와 맞부닥칠 경우 그 파멸음은 긴장상태의 대선국면을 뿌리부터 뒤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김 총재는 이제 대선행보의 완급과 강약을 재정비해야 할 과제를 안게된 셈이며 여권내의 상황전개에 따라 중대한 「선택」을 해야하는 시점을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김 총재측이 노 대통령의 「결단」을 결코 예사스럽지 않다고 보는 것은 「김 총재식」과 「청와대식」의 대항관계가 피차의 행간에 뚜렷이 들어있다는 인식 때문이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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