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당부와 경고에도 정부·여당이 또 엄청난 악재를 저질렀다. 18일 검찰이 눈을 딱감고 발표한 관권부정 선거 사건수사 결과가 그것이다. 수사나 발표야 검찰이 했다지만,축소·은폐로 시종한듯한 용두사미·양두순육 식의 그런 마무리를 정부·여당의 합작품으로 여기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어디 있겠는가. 오죽하면 수사를 지휘한 검사장 조차 『남은 의혹해결은 정치권의 일』이라는 말을 국민 앞에서 서슴지 않았을 것인가.이처럼 방자한 태도로 책임을 핑퐁질하다보면 막중한 국정질서와 기강,그리고 법을 어디서 찾겠다는 것인가. 스스로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할 용기와 참회자세도 없으면서 어떻게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고 나라를 책임지고 다스리겠다는 것인지 새삼 반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엄청난 후유증들을 생각하면 한심한 생각이 앞선다.
첫재 후유증은 「바람부는대로 일을 한다」는 검찰과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증폭이다. 이번 수사과정에서 충격적인 양심선언 내용과 제출된 구체적 물증을 놓고서도 검찰수사는 정치권과 전체 공직사회의 외압에 따라 춤을 추어왔었다. 죄를 신고한 사람을 오리려 먼저 구속하고 관권선거의 조직적 실체가 노출될 관계기관대책회의,건설업체로부터 불법선거 자금유입과 체계적 사용 등 협의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한채 하잘구레한 혐의만 씌워 당시 여당후보만 구속했을뿐 도지사조차 다스리지 못했다. 충남도 단위의 조직적 부정사실은 고사하고 연기군 단위로만 사건을 어슬프게 축소한채 수사종결이 막무가내로 선언되었니 이제 국민들이 누굴 믿겠는가.
둘째 후유증은 고질적 관권선거 개입의 병폐가 앞으로도 자행될 수 있는 길이 여전히 열려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이야말로 철저한 수사와 정직한 마무리를 통해 이제 더 이상 관권선거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선언하는 중요한 시대적 뜻이 함축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여당 정치권은 말로는 죄송하고 대담한 조치를 내놓겠다면서 장선거조차 수용못하고 있고,관권조직은 똘똘뭉쳐 노골적인 압력과 시위로 수사를 방해했었다.
검찰에 출두하는 충남도지사를 호위했던 경찰과 도청관리를,그리고 양심선언한 한씨를 규탄하는 시위마저 벌인 과거의 동료공직자들의 짓거리를 한번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정치권 및 공직자 풍토에서 관권선거 개입이 과연 앞으로 어떻게 없어지겠는가. 그런 일을 위에서 시키면 수행해야 공직이 보장됨은 물론이고 나중에 일이 터져도 이처럼 숨겨주고 감싸주지 않는가.
결과적으로 공직사회가 법과 사명감에 따라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자구를 위해서 역기능을 마다하지 않는 관료제도의 후진성이야말로 하루빨리 극복되어야할 국가적 과제이다.
끝으로 법보다 정치력이라는 주먹으로 악재를 해결하려는 잘못된 국정풍토의 쇄신이 절실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이란 뭔가. 우리 사회의 잣대이다.
법이 공정·공평하게 집행되면 질서는 확실히 보장된다. 그런데 가장 확실한 수사와 단죄라는 법집행 과정은 흐리면서 개각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앞으로의 선거에서 공직사회의 반발도 막겠다는 얕은 정치적 계산으로 과연 얻을게 무엇인가. 법과 정치적 지도력이 실종되어 초래될 것은 불신과 혼란,국력의 낭비밖에 없는 법이다.
정부·여당은 이런 엄청난 후유증들을 깊이 인식,이제라도 수사를 재개해 확대하고 실종된 법과 공직의 신의를 살려내는데 발벗고 나서야 한다.
대선도 얼마남지 않았다. 국민들은 쓰린 가슴을 안은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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