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맞아 새진로 모색 표방/“아·아주 민주적 사회개혁 중요”【베를린=강병태특파원】 동서냉전종식후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새로운 진로모색을 표방한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 19차 세계총회가 지난 15일 베를린에서 개막됐다.
전세계 사회민주주의 세력의 결집체인 SI의 이번 총회는 지난 88년 총회이후 동서이념 대결과 분단의 종식으로 SI운동의 주된 목표가 사라진 상황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전례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전세계 1백32개국의 1백80개 사회주의 및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이념조직의 대표 8백명이 참가한 이번 총회는 특히 동서분단 종식의 상징 베를린에서,그것도 사회주의 이념의 최대 적대세력이었던 나치 악몽이 깃든 「제국의회」에서 열려 그 상징적 의미가 한층 부각되고 있다.
독일 언론들은 이같은 역사적 변혁속의 SI총회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지난 16년간 SI의장직을 맡아온 빌리 브란트 전 독일총리의 「부재」에서 찾았다. 올해 78세인 브란트는 최근 지병인 직장암이 악화,곤살레스 스페인 총리에게 임시의장직을 맡겼다. 그리고 포겔 전 독일 사민당수가 대신 읽은 개막 메시지에서 『새로운 세대의 SI주도』를 당부했다. 이에따라 SI는 17일 피에르 모로이 전 프랑스 총리(64)를 브란트의 후임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브란트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첫날 개막회의를 주도한 것은 브란트였다.
임종을 앞둔 것으로 알려진 브란트는 고별사 형식의 연설을 통해 『핵무기로 대치한 동서진영간의 평화확보 노력은 진전이 이뤄졌으나,세계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한 가운데 발전과 퇴보의 기로에 있다』고 전제,SI의 평화운동과 유엔 등의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특히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명제아래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의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서는 SI의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운동은 계속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브란트의 연설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브란트의 선구자적 업적을 기렸다.
이 고별연설과 브란트 찬양이 얍도한 개막회의는 SI운동의 3총사 클라이스키 전 오스트리아 총리 팔메 전 스웨덴 총리에 이어 브란트의 퇴장으로 SI의 한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상징했다.
SI운동의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지도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SI의 사회민주주의 이념의 역할종식을 단호히 부인하고 새로운 SI운동의 출발을 강조했다.
곤살레스 총리는 『동구 사회주의의 붕괴로 SI운동이 해결을 지향해 온 문제들이 소멸된 것은 아니며 사회민주주의 이념의 역할도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앵홀름 독일 사민당수는 『80년대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소외기였으며 동서냉전 종식은 이들 지역의 민주적 사회개혁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전제,『90년대는 이 지역의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16일 이틀째 회의에는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참석,진정한 동서 남북간 평화협력 질서 정착을 향한 노력을 강조하는 연설로 이날 회의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폴크스바겐 그룹의 초청 형식으로 독일에 온 고르바초프는 이날 상오 독일 남부에서 핼기편으로 제국의회 광장에 도착,국가원수급에 버금가는 경호와 예우,그리고 시민들의 열띤 환호를 받아 그의 역사적 위치를 다시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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