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자당은 그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관권선거 파동을 김영삼총재의 16일 기자회견으로 일단락 지으려고 시도했던 것 같다.김 총재가 이날 밝힌 여러가지 대책을 살펴보면 과감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명쾌한 결단에는 다 못미친 느낌이다.
김 총재의 회견내용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갈팡질팡해온 수사당국을 나무라기라도 하는듯한 김 총재의 시국판단에 대해 일단 수긍하는 표정들이다.
김 총재는 우선 관권선거라는 고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한 것 같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며 사죄한다는 대목은 집권당의 총재이자 대통령후보로서 당연히 해야할 인사치레라 하더라도 14대 총선관리를 맡았던 당시의 행정부 고위인사들을 모조리 내각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약속은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한데서 나온 조치로 보고 싶다.
연기선거에만 국한된 문제라느니,충청남도 차원에서 해결하면 될 것이라는 등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의 얘기들과는 대조적으로 적극적이고 총체적인 문제로 파악했기 때문에 「대담한 개각」 구상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제 「대담한 개각」을 통해 나타날 새내각에 과연 어떤 사람들이 등장할지 지켜보고자 한다. 김 총재는 이번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고까지 밝혔기 때문에 새각료 인선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새내각은 관권선거 파동을 계기로 등장한다는 역사적 인식에서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인사들로 구성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과거 관권선거에 개입한 흔적이 있는 사람이나 유권자들의 지지를 금권으로 얻어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법한 사람은 완전히 배제되어야할 것이다. 그리고 여당 후보를 낙선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부정선거는 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선거 중립내각의 구성원으로 적합할 것이다.
문제인사들을 도려내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그 자리에 어떤 사람을 채우느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면에서 관권선거 파동의 수습은 김 총재의 회견으로 끝난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김 총재는 관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선거법을 고치고 관련 공무원을 가중처벌하는 등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러한 다짐도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천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문제이다. 김 총재는 이런 저런 이유를 내세워 연내 실시 불가를 선언했다. 혹시나 「김영삼의 6·29선언」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극적 순간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실망했을게 분명하다. 그의 특유의 돌파력이 이번에는 신통력을 얻지 못했구나 하는 커다란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단체장선거의 연내 실시 거부로 정기국회를 비롯한 가을정국은 여전히 교착의 수렁에서 헤매게 되었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더 어렵게 남아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역시 집권당의 총재이자 대통령후보인 김씨에게 많은 부분이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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