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와의 불행했던 과거 청산/옐친 방한계기 한·러 관계 새장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방일 연기는 당사국인 한국 일본 뿐만아니라 동북아정세에 적잖은 파문을 던졌다. 옐친의 방문연기는 북방 4개 도서를 둘러싼 러·일간 분쟁의 심각성을 표면화시킨 사건이다. 그러나 시야를 좀더 넓히면 탈냉전후의 동북아 새질서 구축이 얼마나 어렵고 유동적인 것인가를 말해주고 우리에게 이에대한 심모원노를 촉구하는 사건이다. 한국일보는 이번 사단의 속사정과 파장을 짚어보기위해 비탈리 이그나텐코 이타르타스 통신 사장의 특별기고를 게재한다. 이그나텐코 사장은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공보비서를 지낸 저명언론인으로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의 편집부국장,노보예브렘야지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한국일보는 이그라텐코 사장의 기고를 월 1회 게재,격동기 러시아와 동북아 정세를 심층조명할 계획이다.<편집자주>편집자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연기와 방일취소는 분명히 뜻이 다르다. 옐친 대통령은 일본에 앞서 한국의 노태우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방한을 연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행동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었다. 옐친은 자신의 방한연기가 러시아와 일본간의 쟁점사항이 난관에 봉착한 결과 때문임을 강조했다.
러시아내에서도 옐친의 방한일정 재조정이 한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한·러 관계의 진전을 저해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다.
우리는 옐친의 서울방문이 한·러 관계 발전에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옐친의 정치일정상 하나의 작은 변화는 불가피하게 일련의 다른 변화를 초래하게 돼있다.
다시한번 강조하건대 옐친의 방한은 신중하게 준비돼 왔다. 옐친의 방한에는 경제적 관심사에서부터 양국간에 불행했던 과거사,특히 83년 피격된 KAL007기 문제에 대한 거론도 고려됐었다. 한국은 가까운 장래에 그동안 논란이 분분했던 블랙박스를 비롯한 KAL 기 격추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넘겨 받을 수 었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측도 러시아에 못지않게 꼼꼼한 준비를 해왔다는 사실을 믿고 있다.
아무튼 서울방문은 연기됐다. 이는 모스크바와 서울간의 오해에서 비롯된게 아니라 동경과 모스크바 양측의 준비 미숙때문이었다.
옐친의 방일취소는 일본의 정경불가분 원칙을 깨려는 최악의 카드였다. 옐친의 방일이 직전에 급작스럽게 연기된 것은 북방4도 문제에 있어 어떠한 양보도 용납할 수 없다는 러시아의 여론이 비등했음을 뜻한다. 옐친은 러시아에 대한 일본의 경제원조에 대한 대가로 굴욕적인 처신을 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한 것이다.
◎특별기고/“옐친 방일취소는 「대일강경」 표시”/일의 정경 불가분 전제에 반감/“일없이 할수있다” 단호한 의지
옐친의 동경방문이 연기된 결과로 일본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있어서 강경한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북방영토문제에 관한 양측의 협상구도를 변화시킬게 분명하다. 러시아는 또 유럽국가들로부터의 부정적인 반응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들 국가들은 일본이 정경불가분의 전제아래 모스크바에 대한 경제 원조를 동결한데 대해 탐탁지않게 여겨왔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경제적 궁핍이 영토분쟁 해결의 시기를 성숙시킨다고 생각하는 일본 미야자와 정부의 인식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일본정부 관리들은 옐친의 방일기간동안 영토분쟁에서 급속한 진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현명치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쿠릴열도를 회복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위해 중장기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 계획은 영토문제는 10월말 동경에서 있을 구소련에 대한 경제원조회의와 내년으로 예정된 일본총리의 모스크바 방문,그리고 동경에서 열릴 예정인 G7 정상회담을 통해 북방4도를 반환한다는 안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옐친이 방일취소라는 최악의 카드를 내던진 마당에 일본은 더이상 이러한 중장기 계획을 추진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와함께 영토문제와 경제협력을 연계시킨다는 일본의 정경불가분의 원칙에는 여러가지 의문이 제기돼왔다. G7정상회담이 지난 7월 뮌헨에서 열렸을때 일본은 북방영토문제가 마치 7개 선진국 모두의 공동 관심사인양 이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미 러시아에 대한 원조를 활발히 진행해온 독일 미국 프랑스 등 여타 국가들은 오히려 러시아에 대한 경제지원에 일본이 기여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옐친의 방일취소는 오는 19일 개최되는 G7재무장관 회의에서 주요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고 일본은 여기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방영토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는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원조에 있어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다는 일본의 태도는 모스크바에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 대통령실 국무장관인 겐나디 부르불리스는 최근 『우리는 일본과의 관계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일한 나라는 아니다』라고 말한바 있다. 한·러 관계는 여러 현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에 대만정부와 대표부 설치에 합의한바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 비추어 볼때 부르불리스의 말은 『우리는 일본없이도 할 수 있다』는 고르바초프의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
방문일정이 바로 직전 급작스럽게 연기된 것은 영토문제에 있어 어떠한 양보도 용납할 수 없다는 러시아내 여론이 비등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옐친은 일본과 같은 나라의 막강한 부와 국제적 영향력을 고려하고도,러시아가 약육강식의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고 경제원조의 대가로 굴욕적인 처신을 할 수는 없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고 싶어한다.
일본의 외교관들은 인내심의 부족으로 해서 또는 외교 전술의 미숙 때문에 또한번 스스로의 희생양이 되었다.
옐친은 지난주 일본 외무장관에게 『일본이 계속 압력을 가할수록 문제는 더 복잡해질 뿐』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역설적으로 옐친의 방일 취소는 러시아가 일본원조를 절실히 필요로하는 시점에서 왜 방일을 취소했는가에 대해 심사숙고의 기회를 일본에게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때 방일이 연기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북방영토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한 옐친은 그 결과가 초래할 놀랄만한 충격을 인식하면서도 회담연기를 결정했다.
옐친은 노태우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방한을 연기한 것과 방일을 취소한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옐친의 이같은 발언은 러시아가 한국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확고한 준비가돼 있으며 그 자신이 11월이나 12월께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희망을 낳게 한다.<오늘부터 정기기고 본지에 월 1회 게재>오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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