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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비례」 따져야 하는 까닭(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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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비례」 따져야 하는 까닭(사설)

입력
1992.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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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북방외교가 거둔 최대 성과라고 나라전체가 흥분했던 러시아와의 수교가 있은지 불과 2년이 채 되지않은 시점에서 유감스럽게도 최근 양국관계에 잡음이 잇달아 들리고 있다. 몇십년 적성국이 하루 아침에 우호국이 되었다고 좋아들 했고 기대도 컸었는데 요즘 보도되는 러시아의 상식이하의 태도와 이로인해 일어나는 양국간의 불협화음은 한마디로 불쾌하고 실망적이다.며칠전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양국 합의하에 준비해온 한국방문을 전화 한 통화로 일방 취소한 무례에 대한 불쾌감이 가시지 않은터에 러시아는 옐친의 방한일정을 또다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비례를 저지르고 있다. 겐나디 부르불리스 국무장관은 13일 옐친 대통령이 오는 11월12일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는데 어떻게해서 이런 발표가 나오게 되었는지 그 경위와 저의를 우선 알고싶다.

한국 외무부는 러시아측의 발표에 대해 「통보받은바 없다」고 공식 대응했는데 이로 보아 옐친의 방한일정은 아직 양국간에 협의 결정되지 않은게 분명하다. 이처럼 양국 외교채널을 통해 결정되도 않은 사항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러시아 정부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설사 양국간의 합의로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정상외교 일정은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외교 상식이다. 방문하는 대상국의 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혼자서 멋대로 결정발표하는 식의 외교는 외교도 아니다. 외교관례와 상식을 일부러 무시함으로써 상대국의 비위를 건드려보자는 속셈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외무부는 「통고받은바 없다」는 논평 한마디로 대응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연기하고 재결정해도 되는것인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무슨 속셈과 저의로 그렇게 멋대로 하는지 추궁해야 한다. 그러한 오만불손한 태도가 바로 러시아의 대한관 인가도 물어봐야 한다.

러시아는 한국이 제공한 차관에 대한 채무보증을 지연시키고 이자상환을 기피해오고 있다. 이러한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서도 따져야 한다.

그래서 그들로부터 납득할만한 사과와 해명을 받아내야 한다. 이러한 중간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혼자서 멋대로 오는 옐친 대통령을 우리는 환영하기 어렵다. 우리 외교당국은 러시아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우리의 국민감정을 잘 헤아려 대처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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