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비총서 한·일 합동 천도제/4백년만에 지난 14일 오카야마현 현장/한국서 가져온 과일·법주등 제단에 올려/박삼중스님등 15명 참가… “11월 고국 봉환”【오카야마(강산)=문창재특파원】 임진왜란때 왜병들에게 살해당해 코를 잘린 수많은 조선병사들의 원혼을 달래는 천도제가 일본 코무덤(비총) 현장에서 열렸다.
지난 14일 하오 2시,오카야마(강산)현 비젠(비전)시 교외의 야산기슭 잡목 숲속,4백년만에 처음으로 고국후예들의 제사를 받은 혼령들은 이제 편히 잠들 수 있을 것인가. 청명하던 가을 날씨가 갑자기 일그러져 가랑비를 내린 것도 우연만은 아닌 것 같았다.
제사를 올린 사람은 교토(경도) 귀무덤(귀총) 영령들을 고국에 봉환한 박삼중스님 등 한국스님 세사람과 이 무덤관리자 등 한일 양국의 15명.
무덤옆에 새로 지어진 조그만 사당앞 제단에는 한국서 가져온 사과 배 감 포도 등 햇과일과 빈대떡 등 조촐한 제수가 차려졌고 한국산 법주가 제주로 올랐다. 박 스님과 안동 보현사주지 김산스님(67) 나고야(명고옥) 포교당 주지 이기현스님(62)은 하오 2시30분부터 1시간30분동안 끊임없이 독경하고 절하며 「이제는 좋은 세상에 가시라」고 빌었다.
이 무덤을 발견한 김문길교수(47·부산외국어대 일어과 교수) 등 한국측 동행자들과 일본인 무덤 관리자들도 내내 합장하며 거듭 허리를 굽혔다.
박 스님은 이번 기회에 무덤 관리자들에게 혼령 봉환의사를 분명히 전했고 그들도 쾌히 승낙했다면서 『오는 11월23일 각계인사 5백여명과 함께 다시 이곳에 와 대대적인 봉환의식을 베풀고 선편으로 영령들을 고국에 모시고 가겠다』고 밝혔다.
귀무덤의 혼령을 모실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피해자들의 고향땅인 전남 여수 또는 전북 부안지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무덤을 발견한 김 교수는 고베(신호) 대학유학(76∼88년)때 비젠도자기연구차 이곳에 왔다가 향토사학자들로부터 이 무덤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임진·정유왜란중 코를 잘린 조선병사와 양민의 수는 2만여명 정도로 전해지고 있지만 이곳에 묻힌 코가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사당옆에 서있는 천비영사 유래기에는 「우키다의 가신 로쿠스케(육조)가 적병이라해도 나라위해 죽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코를 가지고 돌아가 소사를 짓고 명복을 빌어주었다」고 적혀있다.
로쿠스케가 죽자 그의 유족들은 그와 코의 주인들을 함께 모시는 사당을 만들었다.
우키다의 직계후손 기이센도리(기이천조) 부인 등 후손들은 제사가 끝난뒤 『무덤의 혼령들이 환국하고 나면 사당은 한일 양국의 불행했던 시대를 후손들에 길이 전하는 기념물로 보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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