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찬반논쟁 “떠들썩”/학교측 “예산부족·음식낭비” 이유/주민들은 청원서 제출등 큰 반발/학부모교사 입장차 커… 일부 도시선 대규모 토론회【동경=문창재특파원】 학교급식은 바람직한가,아닌가.
최근 일본의 교육현장에서 학교급식 찬반론이 시끄럽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5월 사이타마(기옥)현 쇼와(장화)정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내년 새학기부터 모든 학생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해오던 제도를 폐지키로 한 결정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동경의 무사시노(무장야)시와 히로시마(광도)시에서도 중학교 급식제도를 폐지하자는 건의서가 제출됐고,에히메(애원)현의 한 작은 도시에서도 폐지 검토가 시작됐다.
학교 급식법으로 의무화된 제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자 학부모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문부성도 부정적인 견해를 표하고 있어 폐지여부는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구 3만8천여명 규모인 쇼와 정 당국은 급식제도 폐지를 결정하면서 여러가지 이유를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예산 사정이었다. 정측은 『연간 1억8천만엔(약 11억원)이 소요되는 급식예산을 다른 사업에 돌리면 주민들의 복지에 더 도움이 된다』고 설득했다.
학교 급식법이 내세우는 ▲바람직한 식사습관과 사교성 배양 ▲영양의 개선과 식료품의 소비에 관한 이해는 단체급식 이외의 노력으로도 성취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학교급식 폐지론의 또다른 이유는 학교급식이 학생들의 일과를 촉박하게 하며 남는 음식으로 인한 낭비가 크다는 것. 『어머니가 정성들여 싸주는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어머니의 사랑을 더욱 느끼게 되는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는 어머니들 대다수는 아침 일찍 출근 준비를 서두르면서 도시락을 싸는데 신경쓰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반대운동 조직까지 만들어 투쟁해온 주민들은 지난 8월말 주민 70%의 서명을 받아 제도폐지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정당국에 제출했다. 이에따라 정 당국은 이달말께 12시간의 찬반토론이 예상되는 마라톤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같은 찬반양론 속에 무사시노시와 히로시마시 교육위원회가 학교급식제도 비판론을 제기하고 나선것은 이 제도에 문제점이 있음을 말해주는 현상이다. 학생수가 작은 학교에서 매일 음식을 만들고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데는 분명히 고충이 있다.
그래서 문부성은 지난 85년 학교별로 음식을 만들것이 아니라,지역마다 급식센터를 두어 각 학교에 점심식사를 공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송도중 음식이 식거나 변질우려가 있다는 불평이 제기됐고,조리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없어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서 중앙급식 방식에서 학교단위 급식으로 되돌아가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학교급식과 도시락 지참을 병행하는 학교도 생겨나 새로운 연구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바(천엽)현 마쓰도(송호)시는 시내 6개 중학교에 이 제도를 실험적으로 시행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여론을 수집하고 있다. 현재 도시락 지참 학생수는 49%,나머지는 급식파이다. 학교 급식에 대한 견해는 학부모들의 69%가 찬성인데 비해 학생들은 44%,교직원들은 33%만이 찬성하고 있다.
도시락 싸기가 번거롭고 가계지출이 늘어나는 것이 싫은 학부모들과,학생들의 식사치다꺼리가 싫은 교사들의 생각이 크게 다른 증거이다. 학생들 쪽에서는 학교음식이 맛이 없고 종류가 다양하지 못한 불만이 찬성 44%로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지 않는 날에는 도시락을 지참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착안한 학교당국은 양식·일본식으로 메뉴의 선택폭을 넓히고 반찬의 가짓수도 늘려 도시락파를 흡수하려고 애쓴다.
학교급식이 교육의 연장인가,단순한 사회복지의 하나인가 하는 본질문제로까지 비화한 학교급식 찬반논쟁의 귀추에 일본 교육계의 신경이 집중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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