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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철 늦출 수 없는 이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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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철 늦출 수 없는 이유(사설)

입력
199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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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획원은 서울 도심과 분당·일산·과천 등 수도권의 신도시들을 연결하게 될 전철 4개 노선의 완공시기를 짧게는 6개월,길게는 2년 가량 늦추기로 결정했다고 한다.이유인즉 4개 전철노선 건설비의 절대 몫을 부담키로 돼있는 토개공과 주공이 부동산 경기침체로 신도시의 토지와 상가분양이 부진해 건설비 분담금을 제때 댈 수 없게 됐고,민원에 따른 노선변경과 물가상승 및 공기지연으로 인한 건설비 추가부담 요인이 생겼으나 재원염출 방안은 오히려 악화돼 공기를 늦출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의 입장에서 볼때 당해 사업은 그 지역의 공영개발로 공사비를 염출해야 하나 그길이 막혔으므로 공기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민의 측면에서 말한다면 모든 것이 관편의위주고 관의 독선이라고 밖에는 달리 볼 수가 없다. 이보다 더 맹랑한 일이 어디 또 있을 수 있을까. 이들 4개 노선 전철은 분당(40만명 수용) 일산(27만4천명 〃 ) 평촌(17만명 〃 ) 산본(17만명 〃 ) 등 근 1백만명을 수용하게 될 수도권의 신도시로 가는 대중교통수단의 주축이 될 대동맥선에 해당한다.

원칙대로 한다면 주민들의 입주가 이미 시작된 지금쯤에는 공사를 앞당겨 개통했어야 옳다. 그런데도 하물며 그것을 반년내지 2년이나 거꾸로 개통을 늦춘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그렇다면 이들 4개 신도시 입주 주민들은 어떻게 서울 도심의 직장과 일터를 오가며 살라는 것인가. 지상의 간선도로 2∼3개를 뚫는다고 그길로 다니든지 말든지 하라는 것인가.

전국인구의 43%가 몰려있고 전국 차량의 54%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서는 지상교통이 이미 한계상황(시속 16㎞)에 달한지 오래다.

그 숨막히는 체증을 그래도 다소나마 해소하는 유일한 길은 지하철과 전철 등 한꺼번에 대량의 인원을 수송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전철과 지하철 건설을 늦춘다는 것은 바로 자가승용차로 출퇴근 문제를 각자 해결하라는 말과 다를게 없다. 더욱이 일산지역은 연말 개통 예정이었던 제2행주대교 붕괴로 육상교통 대책마저 차질을 빚게 됐는데 전철마저 늦춘다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토개공과 주공이 어디 민간업체였던가. 이 두 공기업체가 전철 건설비를 못대게 됐다면 정부,즉 경제기획원이 달리 재원염출을 모색해야 마땅하다. 재정융자도 좋고 정부건설 사업의 투자순위를 조정,대중교통 시설투자를 우선하는 것도 생각해 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공기만을 연장,교통불편을 주민들에게 감내하라고 한다면 신도시건설 결정을 한 정부정책의 목적과 의미 그리고 세금을 기꺼이 내는 납세의무의 참뜻을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을듯하다. 사회간접 자본투자는 무엇을 하자는 것이며 이 화급한 수도권 교통문제를 제쳐둔채 왜 영종도 신공항과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서둘러야 하는지도 새삼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찌됐건 수도권 전철의 공기연장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거듭 촉구하는 우리의 주장을 정부 당국자들은 새겨들어야 할 줄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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