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선진국들은 저마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관련된 갖가지 기념관을 갖고 있다. 자국의 민주주의민주정치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시련과 고난의 역정을 거쳐왔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미국의 경우 워싱턴에 있는 독립선언문과 헌법의 아버지인 토머스제퍼슨 기념관과 국가통합 및 민권 신장의 기초를 세운 링컨기념관,그리고 13개주 대표가 독립선언서에 서명하고 종을 쳤던 필라델피아의 독립기념관과 「자유의 종」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마그나카르타 등 역사적 문서를 소장하고 있는 대영박물관에 가지 않더라도 템즈강변에 임립한 의사당 자체가 민주주의 기념관이다.
일본도 오자키 헌정기념관을 자랑하고 있다. 오자키 유키오(미기행웅)는 25회 연속 국회의원 당선으로 장장 63년의 의원생활과 9년간 문교 및 법문장관과 동경시장(당시)을 지낸 「일본 헌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 1백10여년전 소위 명치유신으로 근대 헌정을 채택,제국의회가 개설될때부터 의회를 지키며 군부에 맞서 대정데모크라시를 꽃피우게 하고 내각책임제를 발전·정착시키는데 지대한 공로를 했다. 의사당 옆에 있는 기념관에는 오자키 개인에 관한 것은 물론 근대 일본의회 정치에 관한 자료와 유물들이 전시되어 후배 정치인과 국민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민주헌정을 실험한지 올해로 44년. 영국의 3백년,미국의 2백년,일본의 1백10여년에 비하면 역사가 너무나 짧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동안 이 땅의 헌정은 구미제국에 못지않은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왔다. 승리와 기쁨과 득의의 시기는 잠시,괴로운 수난의 길을 걸어왔던 것이다. 그토록 쓰라린 가시밭길을 걸어왔음에도 정치는 여전히 195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 의사당 안의 눈에 띄는 기념물(?)이라곤 의장접견실 벽에 걸려있는 역대 국회의장의 초상화가 전부일뿐 그 넓은 로텐더홀과 복도 등 어디에도 명의회인,정치지도자의 흉상 하나 없다. 제헌국회 이래 의속기록과 일부 자료 등이 의회도서관 창고 속에 묻혀있지만 이래가지고는 안된다. 형편이 어렵더라도 새해 예산에 계상하여 의사당 구내에 아담한 헌정기념관을 하루빨리 신축,48년 5.10 첫 총선거 이래 현재까지 국회에 관련된 갖가지 자료와 유물들을 수집,전시하여 국민의 민주 교육장이 되게끔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밝고 자랑스러웠던 기록들 뿐만 아니라 어둡고 암울했던 의정의 모습들도 빠짐없이 전시해야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필자는 암울했던 의정 발자취와 관련된 특별 사료실로 ①무책임실 ②공약불이행실 ③헌정파괴실 ④부정선거실 ⑤부패·오직실 ⑥지도자 사욕실 ⑦날치기실 등을 별도로 마련할 것을 제의하고자 한다.
즉 무책임실에는 지도자와 의원들이 헌법 등에 규정된 직무를 유기·태만히 하고 위법을 저지르고도 시정·사과 등의 인책을 하지않는 사례들을,공약불이행실에는 선거때의 대국민 약속을 헌씬짝 처럼 외면하는 사례들을,헌정파괴실에는 5·16,유신선포,5·17 등 헌정을 중단한 쿠데타 등으로 의회와 의원들이 겪었던 참담한 기록들을 전시해야 한다.
부정선거실에는 3·15 6·8 부정선거는 말할 것도 없이 이번 연기군의 한 전군수 폭로를 포함하여 입법부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민주발전을 뒷걸음치게한 갖가지 관권개입의 사례 등을,날치기실에는 사사오입 개헌을 비롯,2·4파동 3선 개헌 그리고 13대 국회후 날치기 수법과 의사봉 등을 비치해야할 것이다. 특히 지도자 사욕실에서는 건국이래 역대 정치지도자들이 장기집권과 대권장악을 포함하여 국민의사에 아랑곳없이 개인의 영달과 사욕으로 헌정을 문란시켰던 일들을 자세히 알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
정기국회가 모레 열린다. 법적으로 일단 문은 열게되지만 제대로 가동될지는 까마득하다. 내일 열릴 3당 대표회담에 한가닥 타결의 기대를 걸어보나 양보나 결단 등 극적인 돌파구가 없는한 정국은 무정치 무국회가 계속되고 각 당과 지도자들은 오직 대선승리를 겨냥한 입지확보 싸움만 계속될 조짐이다.
국회가 10여개월째 문을 닫고 정치가 표류하는데도 어느 지도자 하나 국민에게 참회와 사과를 않고있다.
이런 작태들도 장차 헌정기념관에 빠짐없이 비치,전시되어야 한다. 또 스스로 반성을 하지 않는한 국민들이 오는 대선에서 무서운 민의의 위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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