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계속… 스승 사랑에 「비행」 몰라불우청소년 사회교육시설인 성지학교 김한태교장(59)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19평짜리 양옥엔 매년 추석마다 고향에 가지 못하는 근로청소년 제자들이 모인다.
상위에 차려진 한가위 음식마다 김 교장과 부인 이영희씨(56)의 따뜻한 정성이 듬뿍 담겨있다. 퇴근후 기름때 묻은 옷을 갈아입지도 못한채 한밤중까지 공부를 하느라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는 근로청소년들을 오랜만의 진수성찬에 포식하곤 한다.
김 교장의 제자대접은 올해 더욱 풍성해지게 됐다. 시어머니의 고생을 보다못한 두 며느리가 잔치를 자신들이 치르겠다고 나서 11일에는 이 학교의 화학교사인 2남 영찬씨(31) 집으로 손님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손님도 전보다 5∼6명 많은 30명을 초대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장이 외롭게 추석을 보내는 제자들을 초대하는 것은 올해로 14년째.
67년 운수사업을 하면서 어린 운전조수들에게 영어·수학을 가르친 것이 계기가돼 70년에 영등포구 영등포3동에 성지학교의 전신인 「강서청소년야학」을 설립한 김 교장은 2백여명 가운데 30여명이 차비가 없어 추석에도 고향에 못가는 것을 알게됐다.
음식점마저 문을 닫아 자취방에서 찬 음식으로 추석을 보내는 제자들이 안쓰러워 김 교장은 제자 7명을 집으로 초대,더운밥에 김치만 올려 대접했다. 그러자 이듬해부터는 김 교장의 초대가 없어도 고향과 사랑이 그리운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김 교장의 추석잔치에 다녀온 학생들은 지금까지 4백여명. 김 교장은 이들중에 「비행청소년」으로 전락한 자제가 한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큰자랑으로 여긴다.
불량하던 학생들도 일단 김 교장집의 따뜻한 한가위 음식을 맛보고 스승의 사랑을 안뒤에는 기능사 자격 시험이나 대학입시에 합격해주었다.
『사회가 자신을 생각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만큼 중요한 교육은 없습니다』
김 교장은 30대 중반이 된뒤에도 매년 잔치에 빠지지 않는 옛 제자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속에 추석을 기다리고 있다.<이은호기자>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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