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배우 왕조현 「대륙원적지」 추석 성묘/대만방문 중 기자 혈육상봉기대 잠설쳐【홍콩=유동희특파원】 한중수교,미국의 F16기 대만판매 결정 등으로 북경·대북간의 외교전이 그 어느 때보다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양안을 오가는 민간차원의 인적교류는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중추절을 앞두고 홍콩언론들은 대만출신 홍콩 여배우의 대륙성묘와 대만태생의 대륙기자가 동기간을 찾는 사연을 큰 화제로 취급하고 있다.
이 흐뭇한 두건의 추석화제는 중국과 대만 모두가 「싸우면서 교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그 어떤 사례보다도 선명히 보여주고 있다.
양안 사이의 긴장을 「외교분야에서의 제한전」으로 국한시키는 양측의 자세는 성묘·가족상봉 등 가장 절실한 민간교류를 여태껏 실현시키지 못한 우리의 처지에서는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다.
화제의 홍콩 여배우는 대만 국가대표 농구선수를 지낸 것으로 알려진 왕조현.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왕조현은 자신의 「원적지」인 대륙 안위성의 문화부 초청을 받아 최근 3일간 그곳을 다녀왔다.
이번 추석에 방영할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는 것이 안휘성 문화부의 초청이유. 이를 수락한 왕은 대만에 거주하고 있는 부모와 조부모를 모시고 안휘성을 방문했다. 안휘성 서성현에 있는 증조부 묘소를 성묘하고 그곳에 살고있는 친척을 찾아보는 이른바 탐친을 시켜드리려는 효심에서였다.
대만에서 나서 자란 왕조현에게 대륙의 「고향」은 낯설기만 할뿐 처음에는 별다른 감흥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이 그녀의 솔직한 고백.
그러나 덤덤하던 심정은 TV 출연후의 증조부 성묘길에서부터 바뀌게 된다. 가는 곳마다 이곳에 뿌리를 둔 홍콩 영화배우의 실물모습을 보려고 몰려드는 엄청난 인파와 마주친 것이다. 악수와 사인공세로 손이 얼얼해질 정도였고 「고향사람」들과 수도없이 기념촬영을 했다.
그녀는 또 자신의 증조부 왕인봉이 창설한 서성중학을 방문하고 또 한번 감격했다. 이 학교는 방을 따로 마련해 창립자인 왕인봉의 유품을 전시해놓았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증조부가 이 고장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피부로 알게 됐기 때문이다.
왕조현의 「화려한 성묘」를 보도한 홍콩 언론들은 왕이 이번의 뿌리찾기를 통해 가족과 친지의 귀중함을 새삼 깨닫고 이번 중추명절을 또 하나의 고향 대만에 가서 쇠기로 했다고 전하고 있다.
왕조현의 대륙성묘와 거의 동시에 대만에서는 대만 태생의 중국기자가 혈육상봉이라는 일생의 소원이 실현될지 모른다는 기대에 가슴 설레고 있다.
중국 복건일보의 주임기자 장전성이 지난 5일부터 18명의 중국 기자단의 한사람으로 대만을 방문중이다.
중국의 기자들이 대만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장전성은 대만출생으로 그의 기억으로는 9살때 가족들이 자신을 복건성 천주 혜안현의 장씨 집안에 보낸뒤 대만 가족들과의 소식이 끊겼다.
장전성은 자신의 이같은 사연을 지난 6일 대만 언론에 털어놓고 대만에 살고 있을 가족들을 찾고 싶다는 희망을 밝힌 것. 고향 이름은 기억나지 않으며 단지 어머니와 두형과 누나 둘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장의 이 절절한 사연은 클로스업된 그의 얼굴모습과 함께 대만 전역에 방영됐다.
이 뉴스가 나간뒤 대만 대중현에 사는 양청적·청복 형제가 장 기자가 자신들의 동생일 가능성이 높다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기억으로는 자신의 동생 양청부가 7살 되던해 복건성 천주로 팔려갔으며 이후 소식을 모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 형제들은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동생의 소식을 수소문했지만 소득을 얻지 못한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있다.
올해 56세인 양청적씨는 장전성의 이력뿐만 아니라 생긴 모습 등으로 보아 자신의 동생이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소식을 전달받은 장전성은 기적이 일어났다면서 지금도 눈을 감으면 어린시절 고향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때문에 양씨 형제의 집을 찾아가면 고향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양부가 최근 돌아가 생모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절실했다는 장 기자는 편집장으로부터 대만 방문단의 일원으로 선발되었다는 통고를 받고 가족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에 며칠동안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고 말한다.
장씨가 잃었던 육친을 찾게 되면 올해 중추절은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명절이 될 것이다.
양안 사이에 벌이지고 있는 이 감격의 드라마 두편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간에 중국과 대만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라는 인식을 재확인 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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