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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잊은 사람들이 많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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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잊은 사람들이 많다(사설)

입력
1992.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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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명절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 대목 맞이 백화점과 시장풍경이 흥청거림을 잃었다. 불경기에 따른 살림형편을 생각하면 그럴만도 하다. 쌀독에서 인심이 나듯 여유가 있어야 명절도 흥겹기 때문이다. 지난해보다 못한 상여금 사정과 늘어난 체임이 우리를 울적하게 만든다.그러나 여유가 있고 없고를 떠나 명절은 그 자치로 즐겁다. 우리에겐 설날과 추석이 더욱 그렇다. 흩어진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만도 뿌듯한 행복감이 젖게 한다. 혈연과 공동체의식을 이런 때 깨닫고 인정을 나누게 된다. 이것이 평범한 행복의 조건이기도 하다.

명절의 큰 의미는 「나눔」에 있다. 나눔은 「함께」한다는 뜻과도 통한다. 조상과 부모와 자녀와 그밖의 친척이 만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만남은 무엇인가,기쁨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명절의 정서가 나날이 흐려져가고 있다. 내일부터 귀성길이 바빠질 것이다. 하지만 나눔의 인정을 갈망하는 불우이웃들을 찾는 발길은 한산하기만 하다.

불우시설과 각시도에 있는 불우이웃돕기 창구는 요즘와서 「급냉」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울에선 올해 성금이 5억원을 넘으리라고 예상했으나 이보다 훨씬 밑돌고 있으며,다른 지방도 거의 마찬가지 형편이라고 한다. 성금의 액수보다 인정이 메말라가는 반증같아 늦더위에 거꾸로 한기를 느끼게 된다. 물론 기부금품 모금이 엄격히 제한된 탓도 있겠으나 자발적인 성의까지 차단하지 않고 있음을 생각하니 박정한 세태가 무섭기 조차하다.

불우한 사람들에겐 가난 못잖게 서러운게 소외감이다. 가족이 없으니 이웃사촌의 체온이라도 가까이 느낄 수 있기를 원한다. 요란한 선물보따리가 없다해도 따뜻한 사랑의 말을 듣기 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함께 사는 사회의 인정이며 공동체의식의 바탕이기도 하다. 거액의 독지보다 한마디의 속삭임을 그리워하는게 소외자들의 소망이라 생각한다.

개인의 성의도 바람직하나 마을 단위나 사회단체의 적극적인 행동과 참여가 아쉽다. 몇몇 연예인들의 불우시설을 방문해서 노래와 웃음을 보내주는 아름다운 모습에 금방 시름을 잊은 그들의 얼굴을 연상해 보기 바란다. 쓸쓸하고 외로운 일상을 잠시라도 덜어낼 수 있음이 행복의 한 단면임을 깨닫는다.

한가위 명절은 아직 며칠 남았다. 조상과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의 한편에서 사회의 무관심에 떨고 있을 불우이웃과 나누는 따뜻한 정을 간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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