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미지·관료층 동요 사이 “딜레마”/“여당 프리미엄은 옛일” 정면돌파 방침충남 연기사건에 휘말린 김영삼 민자당 총재의 안팎 고민과 사태수습을 모색하는 「숙고」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총재에 취임하면서 『깨끗한 선거만이 민주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보장한다』고 강조한후 터진 이번 사건은 당장 김 총재에게 예상치 못한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김 총재는 연일 철저한 수사와 지위고하를 불문한 관련자 엄중문책을 「단호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당시 당대표였고 지금은 대선후보이자 당총재인 그의 책임을 겨냥하는 야당의 예봉과 여론의 눈길에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 처방이 마땅치 않은게 사실이다.
특히 집권여권의 관행적인 선거치부의 한 단면을 드러낸 이번 사건은 단지 여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에 있어서의 당정관계를 재정비해야 하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는데다 연기지역의 공천과정에서 있었던 잡음을 재차 연상시켜 김 총재측은 어떤 「회한」마저 갖는 눈치이다.
때문에 여권이 수습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이 또다른 내부갈등의 소지를 제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김 총재는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으며 「개혁과 변화」를 표방한 자신의 대선가도를 주춤하게 만들자 야당과는 또다른 공세적 카드로 대처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물론 당내의 상당수 견해는 『야권과 여론의 비판을 의식하면 강도높은 대책을 내놔야 하나 대선을 앞두고 관료사회 등 여권조직의 동요를 최소화해야하는 현실적 문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어려운 입장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김 총재는 딜레마적인 상황일수록 정면 돌파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며 『오히려 관조직의 뒷받침없이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구시대적 발상이 당내에 상당한게 문제』라는 태도이다.
바꿔말해 관변조직을 통해 표를 얻는 전략은 효과나 실현가능성에서 역작용만 낳기 쉽다는 것이며 이번 사건은 역으로 이같은 사실을 입증해준 것이라는 얘기이다. 따라서 굳이 「여권프리미엄」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정권말기의 권력누수를 최소화,국정분위기를 바로잡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관료사회가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 수습직후 김 총재가 대국민 입장표명 형식으로 밝힐 내용은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관료사회의 주의환기와 각성을 촉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공직자들의 위법적인 선거개입시 이를 가중처벌하는 등의 의지를 언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김 총재의 한 고위 소식통은 『김 총재가 누구보다 이번 사건에 뼈 아파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을 어물어물 넘어가겠다는 생각은 전혀없는 만큼 관련자의 정치적·형사적 책임문제도 분명하게 처리하고 넘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당의 대응과 별개로 관심을 끄는 것은 문제된 연기지역의 공천과정에서 야기됐던 청와대와 상도동의 불협화와 『당시 잘못된 공천에 확실히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는 김 총재측의 때늦은 후회.
13대 때까지 대덕연기가 한 지역구였다가 대덕이 대전으로 편입되면서 독립선거구가 된 연기지역엔 김 총재가 20년이상 자신의 정치적 동지이자 오랜 텃밭을 일궈온 박희부의원(현재 국민)을 염두에 뒀었다. 그러나 임재길 당시 청와대 총무수석이 노태우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뒤늦게 공천대열에 뛰어듦으로써 이 지역은 공천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던 것. 당시 최형우의원 등 민주계 공천관계자들은 지역 여론조사 결과 최고 8대 2까지 박 의원의 우세로 드러난 자료를 제시하며 낙하산 공천에 반대했으나 민정계는 청와대 출신 공천 몫을 당초 4자리에서 2자리로 축소하며 임씨의 공천을 요구해 김 총재측은 역부족이었다는 것.
이후 박 의원은 『공천결과에 승복할 수 없어 당은 떠나지만 YS와 맺은 인연은 잊지 않겠다』고 말하며 탈당,국민당 공천으로 출마했고 임씨는 절대적인 지지기반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수 없는 금권·관권 시비에 휘말리는 무리수를 둬 당시에도 여론과 언론의 주요 표적이 됐었다. 그러나 결국 결과는 박 의원이 12대 때부터 연기지역에선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었던 것에 힘입어 2만2천3백5표를 획득,임씨의 1만8천8백92표를 3천4백13표차로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정책지구로 일컬어졌던 이 지역 선거결과는 14대 총선의 민심을 읽게하는 단적인 예로 지금까지 인용된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