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단순사기 입증 주력할듯/정씨 일당 기망의사 여부로 공방 예상/결과따라 제일생명국민은 소송 영향정보사부지 매매 사기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전 합참 군사연구실 자료과장 김영호씨(52) 등 9명에 대한 1심 첫 공판이 7일 서울형사지법 합의21부(재판장 김연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이 사건은 「권력층을 빙자한 전문 토지브로커들의 단순사기극」이라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배후세력의 존재를 둘러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만큼 공판과정에서 의혹 실체규명의 단서가 될 증언이나 증거가 나타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공판은 검찰의 공소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폭로성 발언이 없을 경우 재판에서 밝혀질 내용은 검찰수사 발표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건의 기본구도를 권력층 빙자 2단계 단순 토지사기극으로 파악하고 있는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성무건설 정건중씨(47) 일당과 전 합참 김 과장 일당간에 사기의 주도적 역할을 둘러싸고 떠넘기기 공방이 예상될 뿐 배후세력에 대한 폭탄성 발언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이에따라 검찰은 수사를 맡았던 검사 3명을 공소유지에 투입,▲김영호 일당이 정보사부지 불하를 미끼로 정씨 일당을 속인 과정 ▲정씨 일당이 제일생명측에서 계약 예치금조로 국민은행에 맡긴 2백30억원 등 6백60억원을 빼돌려 사용한 경위 등 단순 범죄사실을 입증하는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3명의 검사가 6천여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을 정밀검토해 작성한 신문사항을 토대로 피고인들의 진술상 모순점을 추궁,이들이 전형적인 사기범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폭탄성 증언여부와 함께 이번 재판에서 주목되는 점은 정보사부지의 실제 거래 가능성을 믿고 제일생명측과 계약을 추진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정씨 일당의 사기죄 성립여부.
정씨 일당이 국민은행 압구정서지점에서 교묘한 예금인출 방법으로 2백30억원을 빼돌린 혐의는 명백하지만 제일생명과의 계약 추진과정에서 처음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했는지,아니면 실제로 김씨 일당으로부터 정보사부지 3천평을 불하받아 전매차익을 남기려다 실패했는지에 따라 범죄개입 정도가 달라져 사기죄 성립 및 형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다른 사람을 기망(속임)할 의사가 있고 그 결과로 재산상 이득을 얻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는데 정씨 일당이 『김씨 일당이 매매계약서에 국방부장관 고무인까지 찍어 부지불하가 가능하다고 해 속았다』고 주장할 것이 뻔해 기망의사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사이의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정씨 일당이 제일생명측과 체결한 매매계약서상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서도 ▲매매계약 초기단계에서 제일생명의 예치금을 빼돌려 유용한 점 ▲국방부에 중도금·잔금을 치른다는 명목하에 어음 4백30억원을 받아 다른 사업에 유용한 점 등으로 볼때 정상거래는 하나의 명분일 뿐 최소한 부지불하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일생명과의 계약을 추진한 미필적 사기고의가 있다고 보는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재판결과는 제일생명이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사취금 2백30억원의 반환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의 실체가 어느정도 규명될지에 관심이 쏠려있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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