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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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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 아놀드·토인비는 만년에 한국의 효도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한국에 수출품이 많지만,영국에 꼭 수입하고 싶은 것은 대가족제도다』라고 말했다. 토인비는 한국의 대가족제도에서 자라난 경로효친사상이 산업사회에서 야기되는 비행청소년 문제나 노인복지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소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역사발전의 원동력은 도전과 응전에 있다』고 갈파한 토인비는 윤리와 도덕의식을 갖지 못한 민족은 멸망한다고 경고했다. 그런 관심에서도 한국의 효도는 윤리 도덕의 근간으로 오늘에 되살려 계속 유지 발전시켜야 할 덕목이자 고유문화다. ◆우리나라의 효도라는 말에 딱 들어 맞는 서양말은 없다. 그만큼 효라는 개념은 동양문화권의 윤리 규범이다. 굳이 효라는 영어단어를 찾는다면 「자식의 의무」라는 뜻이 담긴 「필리얼 듀티」(Filial duty)를 들 수 있다. 우리의 효개념이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포함하는 무한한 봉양을 뜻한다면 서양의 「자식의 의무」는 물질적 봉양에 그치는 개념인 것이다. ◆하지만 토인비 교수까지 부러워한 우리의 전통적인 효윤리는 안타깝게도 이 땅에서 퇴색한지 오래다. 일제와 6·25 동란을 겪으면서 전통적 윤리가 1차적으로 붕괴된데 이어 60∼70년대의 급격한 산업화에 따라 효의식은 철저히 소멸되어간 것이다. 핵가족화와 기능주의 및 황금만능주의가 효를 몰아낸 주범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은초록회(대표 홍순창)가 마련한 「21세기 효문화 정립을 위한 심포지엄」이 성규탁(연세대) 조남국(강원대) 방영준교수(성신여대) 등을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토론에서 효는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켜야할 전통적 가치로서 사회문제가 많은 오늘에 더욱 필요한 것이며,효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부단한 교육이 절실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철저히 파괴된 전통적인 효윤리를 재건하기 위한 실효성있는 방법이 과연 무엇인지,아니면 새로운 사회·종교윤리를 어떻게 정립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답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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