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 규모 큰 텍사스표밭 고수전략/60억불 사업… “6천개 업체 창출효과” 홍보【워싱턴=정일화특파원】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당초 호언한대로 『무자비한 반격전』을 펴가고 있다.
그는 2일 텍사스주 포트워스시의 제너럴 다이나믹스사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지난 1982년이래 묶여온 대대만 F16기 판매금지 조치를 단번에 풀고 향후 6년간 무려 1백50대의 F16기를 대만에 판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주일간 플로리다·루이지애나주의 허리케인 앤드루호 피해지역을 돌며 이재민을 격려하는 한편 국방부에 인력·장비·물자를 즉각 재해지역에 투입하도록 명령한 것과 더불어 대통령의 권한을 재선운동에 1백% 동원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태풍이 이미 상당한 피해를 낸채 남부를 휩쓸고 있던 지난 21일께까지만해도 태평하게 메인주 케네벙크포트의 별장에서 주말을 보냈었다.
그러나 23일자로 백악관 비서실장직을 떠맡은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24일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를 즉각 플로리다로 돌리게 해 부시의 태풍 피해지역 시찰을 주선했으며 허리케인이 아직 비바람을 몰아 붙이고 있는 지역까지도 헬리콥터로 깊숙히 들어가게돼 이재민을 격려토록 했다.
부시 대통령은 「폭풍속의 유세」가 채 끝나기도 전에 대대만 F16 전투기판매를 발표한 것이다.
부시는 이날 제너럴 다이나믹스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왜 F16기를 대만에 판매해야 하는가에 대해 대략 3가지의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는 GD사 제품인 F16기야말로 위대한 전투기라는 것. F16기는 91년 1월의 걸프전에서 무려 1천3백회나 출격하면서 이라크군을 철저히 부셨으며 지금 현재로 북위 32도선에 그어둔 이라크기 비행금지구역 위를 날며 무적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항공기라고 칭찬했다.
둘째는 미국은 경제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해야 하며 따라서 수출 초강대국 자리도 지켜야 한다는 것. 그리고 셋째로는 F16기의 대대만 판매가 아시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F16기는 ABCD의 4개 모델이 있지만 대체로 완벽한 전자감시장비와 중무장,그리고 공중급유장치를 통한 체공시간 연장 등 강력한 전투폭격체제를 갖춘 것으로 평가돼왔다. 이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F16기 판매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우선 미국은 지난 1982년의 미·중국 협정에서 무기경쟁으로 인한 긴장상태 조장을 피하기 위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점차적으로 줄이고 결국에는 전면 금지할 것을 약속했었다.
부시 대통령은 83년 미·중국 협정을 깨고 결국 F16기 1백50대를 대만에 팔기로 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그럴싸하게 내세울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중국이 그동안 소련 등으로부터 많은 신무기를 사들였다는 것이고 미국이 F16기를 대만에 팔지 않더라도 프랑스가 미라주 2000과 같은 고성능 전투기를 대만에 팔 것이기 때문에 대대만 무기금지 조치를 지키고 있으면 결국 미국만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F16기 1백50대를 대만에 팔게되면 향후 6년간 60억달러를 벌어들이게 돼 텍사스에서만도 3천개의 직장이 새로 창출되며 미 전국으로 볼 때는 6천개의 직장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부시 정부는 대외적으로도 큰 물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듯하다.
대만에 1백50대의 F16기를 팔게되면 당장 중국은 「협정위반」을 항의하면서 외교적 보복을 하려들지 모르지만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에 대해 쌓아놓은 신용때문에 이같은 반발을 상당수준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가 천안문사건 이후의 인권유린 이유로 대중국 제재조치를 강력히 요구하는데도 불구하고 베이커 국무장관을 북경에 보내 친선의지를 보이는가 하면 92년 6월로 끝나는 무역최혜국대우(MFN)도 1년간 더 연장해줬다.
선거인단 29명으로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두번째로 큰 텍사스주는 부시로서는 이기지 않으면 안되는 표밭이다.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중에도 텍사스 여론조사는 결코 부시편이 아니었다.
부시는 2일 발표된 해리스 여론조사기구의 조사에 의하면 클린턴과의 차이를 5포인트차로 좁혔다. 그러나 F16기의 대만판매는 냉전체제를 이긴 정부로 스스로 자부하는 부시 행정부가 『냉전체제를 다시 조장함으로써 외교정책을 선거에 이용하려한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을 열어 놓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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