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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 연변의 자치주 40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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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 연변의 자치주 40돌(사설)

입력
1992.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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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졌거나 잃었던 핏줄을 되찾는 것보다 더 감동적인 일은 드물다. 단절의 땅 옛 소련이나 중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과 마주치는 감동이 바로 그런 감동이다. 수십년동안 잊었던 동포와의 만남은 우리에게 피로 얼룩진 투쟁과 형극의 지난날을 새삼 일깨우기에 더욱 가슴아프고 눈물겨운 비극이요,새로운 희망의 만남이기에 더욱 감동적이다.특히 중국땅 2백만 동포는 우리 국경밖에 뿌리내린 최대의 우리 혈족집단이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중요한 민족공동체의 일부다.

82만 동포가 자치주를 형성하고 있는 연변의 연길시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자치주 40돌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자치주 발족기념일인 오늘 3일 최고조에 이를 이 축전에는 한국의 3백여명을 비롯해서 북한이나 세계각국에 흩어져있는 동포 1천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변의 우리 동포가 자치주 발족 40년만에 첫 조선민속절의 축제를 벌인 것은 우리가 중국과 국교를 맺은 역사적인 사건과 맞아 떨어져 우리의 감회를 깊게하고 있다.

중국의 만주땅,특히 연변지역은 원래 항일무장 투쟁의 피로 얼룩진 땅이었다. 우리로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역사적 관련이 있는 땅이요,그곳의 동포들은 지난날 청산리전투에서 김좌진장군이나 홍범도의 지휘밑에 목숨을 바친 숱한 무명용사들의 후예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연변 자치주 40돌을 바로 우리의 축제로서 축하하고,중국과 국교를 튼 정세변화 속에서 여러모로 우리의 관심이 이 지역에 쏠려 있다.

현지 동포들은 고국으로부터의 대대적인 투자를 기대하고 있고,언어와 풍속이 같은 이 지역 동포들과의 경제적결합 잠재력에 대해 우리 기업인들의 기대도 크다. 북한이나 중국 그리고 러시아 등의 개발계획이 모두 두만강 하구주변을 삼각형으로 에워싼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일이다.

수십년만에 되찾은 핏줄의 감격이 단순한 감정이나 보다 큰 민족공동체 형성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싶다. 물론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넘기 어려운 국경과 체제의 장벽이 가로 놓여있다.

뿐만 아니라 연변과 백두산에 쏟아져가는 졸부들의 몰상식한 오만과 거드름이 동포들의 가슴을 아프게하고,고국방문을 위해 온 동포들의 불법취업 등 갈등도 풀어야될 숙제로 돼있다.

연변 자치주 40돌 축전을 축하하면서 이제는 우리도 이 지역 동포를 위한 전문연구기관이나 정책개발기구가 있어야겠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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