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감골자 확충안 없어 균형 상실/고소득층 감면폭 커 형평논란도/상속세 강화 등 정책의지도 반영안돼금년도 세제개편은 상대적으로 과중한 세금을 내고있는 근로소득자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제조업체의 세금부담을 덜어주는데 초점이 모아져 있다.
그동안 정치권과 여러 이익 단체들이 요구한 특별소비 세제개편이나 상속증여 세제개편 등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아주 소폭의 손질만 했다고 할 수 있다. 대상세법이 소득세법과 조세감면 규제법 등 2개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무부 당국자는 『대선을 앞둔 정치국면에서 전반적인 세제개편을 시도할 경우 국회의원들이 표를 의식하여 여야할 것 없이 세금 깍아주는데만 혈안이 되어 세율체계가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고 말 것』이라며 『이번에는 세금감면이 불가피한 부분만 개정하고 그외는 아예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내년에 새정부가 들어서면 어차피 새로운 대통령의 통치철학에 따라 경제정책의 골간인 세제의 전면개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제에 대한 본격적인 손질은 다음 대통령의 몫으로 남겨놓고 이번에는 그야말로 미봉적인 손질만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세제개편은 정치논리의 색채를 지워버릴 수 없다. 사회간접시설 확충이다,복리후생증진이다 하면서 재정자금이 부족하다고 버릇처럼 애기하던 정부가 일방적인 세금경감을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세금을 한푼이라도 늘리는 내용은 하나도 없어 이번 세제개편이 균형감각을 상실한 선심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의 평소지론인 재정기능 강화론이 자취를 감추고 만것이다.
이처럼 세제를 명분에 맞지않게 운용한 결과,재벌 총수건 근로자건 납세의무를 업신여기는 잘못된 풍조를 조장하는 결과를 빚게될 우려도 없지 않다.
지난해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현 국민당 대표)이 국세청의 세금추징에 대해 『돈이 없어 못 내겠다』고 납세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이나 최근 회사 택시운전기사들이 부가세 면세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시도한 것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세율체계 자체만 보더라도 문제가 적지않다. 중간 소득계층의 세금부담을 경감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소득세율 체계상의 역진성을 크게 심화시키고 말았다.
우리나라 월급생활자 가운데 소득세를 한푼도 안내는 사람은 전체 근로자 1천2백20만명 가운데 약 56%인 6백83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 입장에서 볼때 이번 세제개편은 「남좋은 일 시키는 것」일 뿐이다.
또 소득세를 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월 50만∼70만원의 저소득층은 세금 경감액이 4인 가족기준 연 9천6백∼1만8백원에 불과한 반면 월급여액이 7백만∼1천만원의 고소득자들은 연 3백2만4천원에 달하는 큰 폭의 세금경감 혜택을 보게 되어 있다. 특히 면세점이 대폭 인상됨으로써 국민 개세제 원칙도 그만큼 퇴색될 수 밖에 없게 됐다. 과세자비율이 우리나라는 44%(금년 전망)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83%(89년),미국 82.9%( 〃 ),영국 93.6%( 〃 ) 등이다. 금액에 관계없이 세금을 한푼이라도 내게 해야 국민적 소속감이 강화되고 납세의식도 건전화된다는 재정학의 기초논리를 우리나라는 외면하고 있다.
이밖에 아쉬운 점은 지난해 이후 정치사회적인 물의까지 빚은 「세금없는 부의 세속」을 차단키 위한 세제개선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줄기차게 강조해온 형평·균형정책의 강화의지와도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국민정서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세금경감 조치와 함께 최소한 형평부문에서의 세제강화 조치(세금징수)를 취해 세제개편의 모양새를 갖추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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