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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과외/대학생 과소비 부른다(대학을 살리자: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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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과외/대학생 과소비 부른다(대학을 살리자:24)

입력
1992.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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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돈벌이… 「3D기피」 현상 만연/자가용 등교·해외 유람여행 서슴없이/학생들 스스로 「캠퍼스 건전문화」 정착에 노력해야최근 몇년동안 대학가의 풍속도가 눈에 띄게 많이 변했다.

어렵게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들도 상당수에 달하지만 대학촌에 들어선 룸살롱이나 대형카페에서 정도에 넘치는 술판을 벌이는 경우도 흔치않다.

하룻밤 술값으로 한 학기 등록금을 선뜻 내놓거나 밤 새워 포커를 하면서 수십만원을 날려도 별로 개의치 않는 호방하고 통 큰 학생들도 많아졌다.

대학마다 학생들의 자가용으로 몸살을 앓는가 하면 교수보다 더 좋은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주차시비를 벌이기도 할 만큼 캠퍼스는 아늑한 낭만보다는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물론 이같은 「풍경」은 일부 대학생들의 극단적인 일탈행위라고도 볼수 있고 부유층 자녀의 기성세대 모방쯤으로 치부할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생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금주의와 향락주의에 물들고 있다는 지적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학생 사회의 병리적 현상은 우리 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를 닮아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89년 2월 대학생 과외금지조치가 전면 해제된 뒤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5공 정권이 80년 초중고의 학교교육 정상화 명분으로 내렸던 극약처방식 과외금지조치로 열심히 뛰면서 학비를 벌던 「대학생 선생님」들은 하루아침에 벌이를 빼앗겨야 했다.

학비를 조달하지 못해 학업을 중단하는가 하면 주유소 백화점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중앙교육심의회 등의 심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89년 대학생들에 대한 과외교습을 전면 허용하자 양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외허용 조치이후 계절에 상관없이 벌어지던 교내외 시위가 부쩍 줄어들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생들은 바빠졌다.

새 학기가 되면 수강신청도 과외시간을 배려해 짤 만큼 배우는 본업과 가르치는 부업이 주객전도되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전공학문에 대한 심화학습이나 동아리활동 등을 통한 풍요로운 대학생활을 하기보다는 학점을 적당히 받으면서 돈벌이에 열중하는 극성 과와파도 상당수 되고 있다.

세칭 명문대생들은 작심하고 계획만 잘 세우면 손쉽게 거금을 만질 수 있어 기동성을 이유로 너도나도 승용차를 구입하기도 한다.

취업한 선배들의 월급보다 많은 돈을 벌게 되면서 아예 과외교습자로 나서는 사람도 있다.

S대를 졸업한 이모씨(25·방위병)는 과외금지의 서슬이 퍼렇던 86년 속칭 「몰래바이트」로 당시 강남의 W고에서 중상위권이던 학생을 1년만에 전교수석으로 만들어 놓은 뒤 유명해지면서 한달에 2백만원 이상을 벌었다.

이씨는 요즘도 방위근무 틈틈이 과외지도를 하면서 학원에도 출강,유명 학원강사 못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씨는 『학창시절부터 목돈을 만지다 보니 씀씀이가 헤퍼졌다는 주위의 충고를 듣고는 하지만 제대 후에도 웬만한 월급의 샐러리맨은 될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 유형무형의 손익계산을 해볼 경우 정상적인 학창생활을 보낸 동료와 비교할 때 금전적인 이득보다 많은 것을 잃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업 뒷전에

고려대 조모군(22)은 『과외지도 스케줄이 강의시간이나 친구와의 약속 등에 우선한다』며 『수강신청을 할때도 이번학기에 과외를 몇탕이나 어느 시간대에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마땅한 과외자리 한곳 찾지못해 구직난에 허덕이는 학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과외를 하는 학생들중에는 건전한 노동과 그 결과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Y대 이모군(24·무역3)은 『개학이 되면 과외비로 모은 수백만원으로 유럽을 다녀오거나 승용차를 구입한 친구들을 흔히 볼수 있다』고 말했다. 여대생의 경우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값비싼 정장을 맞춰 입기 위해 몇달씩 과외를 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가 하면 방학기간동안 야간경비를 하거나 택시운전 아르바이트로 사회 경험을 쌓고 학비에 보태는 알뜰파들도 있다.

최근 고려대 공대학생회는 교내에 「과외만이 아르바이트가 아닙니다」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학생회는 이 대자보에서 「학교주변의 고급술집을 누가 불러들였는지 생각해보자」고 제안,과외로 인해 학생신분에서 벗어나는 과소비를 꼬집었다.

서울대 김규현교수(교육학)는 『학생들이 고액과외로 점점 소비지향적으로 변해가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이 모든 첵임의 대부분은 이 사회를 그렇게 만든 기성세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정우현교수(교육학)도 『적정수준의 보수를 받고 학생을 가르치는 것까지는 좋은일이지만 과외를 단순히 상행위로 인식,인격을 가다듬어야 할 시기에 고액과외의 부작용으로 가치관에 혼돈을 일으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려대 임희섭교수(사회학)는 『학생신분을 잊어버린 지나친 과외는 개인뿐 아니라 대학문화 자체를 소비지향적으로 몰고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대학인 모두가 건전한 과외를 위한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공대 K모군(24·전자공3)은 지난 3월 강남의 고교3년생을 맡아 주 2회씩 1년간 가르치기로 학부모와 계약을 맺었다.

K군은 1년치 과외비로 5백만원을 미리 받았으며 원하는 대학에 합격이 될 경우에는 5백만원을 다시 보너스로 받기로 했다.

S대 의대 김모군(23·의예2)은 주 2회 영어 수학을 지도해주고 한달에 80만원을 받고있는데 지난 1학기 성적이 많이 올라 승용차를 선물로 받았다. 대학원생인 박모씨(28)는 고3생 3명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한달에 70만원씩 받고 있다.

○전화과외 성행도

월 평균 2백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박씨는 『비정상적인 소득인줄 알면서도 학생신분으로 쉽게 할수있는 일이 그리 많으냐』고 반문하면서 『박사과정 진학후에도 과외지도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외금지 시대의 부산물인 전화과외도 성행하고 있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30분에 1시간정도씩 수학을 제외한 과목에 대해 질의응답식으로 교습한다.

S대 송모군(23·국문2)은 1주일에 1시간씩 3번 전화과외를 해주고 한달에 30만원을 벌고 있다. 고액과외에서부터 월 20만원선까지 대학생들이 받는 과외비는 천차만별이다.

학교 학년 전공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과외를 알선해주고 있는 서울대 학생과에서는 1주일에 4시간 과외의 경우 월 20만원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학부모들의 과열현상이 과외비를 치솟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 박모씨(42·여)는 『학생들이 일정액수를 요구할뿐 아니라 조건이 맞지 않으면 바로 그만두기 때문에 실력있는 대학생을 붙잡아 두려면 과외비를 올릴 수밖에 없어 학교측에서 제시한것 보다 많이 주고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지역의 경우 8학군의 특수성 때문에 다른 곳보다 큰 차이를 보여 대학원생이나 명문대 인기학과생들은 1∼2곳만 맡아도 1백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같이 돈벌이가 손쉽고 액수도 점점 커지면서 대학에서는 지저분하고 힘들고 위험한 아르바이트를 기피하는 노동계의 이른바 3D현상까지 번져있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 1학기동안 학생과에 학부모들이 요청한 과외교습자 구인건수는 1천8백여건이었으나 과외알선을 부탁한 학생은 1천6백여명에 달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질 못했다.

○학교주변 정화를

이가운데 양측이 연결된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한 학생이 여러건의 과외를 뛰는 경우도 많고 학생과를 통하지 않고 과외일자리를 얻는 학생들도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고려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지난 1학기동안 구직을 신청한 6백여명의 학생들중 90%이상이 과외를 선호,이중 절반 가까이가 과외일자리를 얻었다. 대학생들은 중고생들이 많이 쓰고있는 PC통신을 이용해 자신을 홍보하기도 한다.

현재 PC통신 「구직·구인코너」에는 자신의 이름,소속대학과 학과,희망하는 월보수액 등을 표시한 광고가 2백∼3백건이나 되고 있다. 이들이 자기소개와 함께 내건 「1백% 합격보장」 「영어 수학 책임지도」 「소문난 족집게」 등의 PR문구도 눈에 띈다.

과외가 피교습자에게는 학교교육을 보충해주고 교습자는 학비조달의 방편으로 작용하는 등 적정수준에서 이루어진다면 부작용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학업을 도외시하고 과외에만 매달리거나 과외비로 받은 돈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쓰여지지 않는 등 파행적인 과외행태에 있다.

물론 「공부안하는 대학생」 문제는 전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닐지 몰라도 비정상적인 과외바람이 상당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유승우·김철훈·고태성·남대희·이성철·이태희기자(사회부) 최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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