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후 「여성계 첫 방북」 자체로 큰 의미/남북 공동위 구성 거의 확실/지속적 교류 가능성 “장밋빛”「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평양토론회는 분단후 여성계의 첫 방북이라는 점 외에도 토론과정에서 종군위안부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과 향후 교류지속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종군위안부 문제는 북측이 이번에 별도의제로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우리측 3인 공동대표중 이효재·윤정옥 2인은 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 공동대표이기도 해 평양에서 이에 관한 남북간 의견 및 정보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남북 공동조사가 합의될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은 조일수교 협상이 개시된 지난 1월부터 전후 처리와 관련해 종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일본에 계속 요구하는 한편 남북 공동대응을 주장해왔으며 지난 3월 이를 위해 남북이 「민족공동위」를 구성할 것을 제의했고 지난달초에는 종군위안부 보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한바 있다.
이러한 북한의 주장은 민족적 공분을 자아내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대내외 여론화함으로써 일본에 대해 사죄·배상압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윤 두 대표는 그동안 정신대 대책협의회가 수립한 관련자료를 북측에 전달하고 북한내 생존 종군위안부도 만나볼 계획이다.
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는 지난 2월부터 종군위안부 문제의 UN 상정을 추진해왔으며 이에 따라 UN 인권소위원회가 지난달 종군위안부 보고서를 낼 것을 결의한바 있다. 당시 UN 인권소위원회에 참석했던 이효재대표는 UN 담당관에게 한국에 나와줄 것으로 요청,그로부터 북한에서도 요청이 있을 경우 남북 동시조사를 한다는 약속을 받아둔 상태라 이번 토론회에서 남북 공동조사 합의가능성이 더욱 주목을 끌 수 밖에 없다.
또 지난달 11일 서울에서 정신대 대책협의회 주도로 「강제 종군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가 결성됨에 따라 북한이 여기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 토론회가 앞으로 계속될 것인지,계속된다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이 토론회는 처음 일본여성 단체의 주선 덕분에 1차 도쿄토론회(91·5)로부터 시작됐지만 그뒤 2차 서울토론회(91·11)가 열렸고 이번 3차 평양토론회가 이어짐에 따라 지속적인 남북 민간여성 교류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또 토론회가 이로써 3국을 한바퀴 다 돌게 됨에 따라 앞으로 이를 계속할 것인지,계속한다면 남북만의 모임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일본과 다른 아시아권이 함께 참여하는 범아시아 모임으로 할 것인지가 평양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평양개성 도로이용
○…이번 방북길은 지금까지 열차를 썼던 전례와 달리 처음으로 평양개성간 고속도로를 이용.
이는 북한이 지난 4월 김일성주석 80회 생일을 기념해 평양개성간 총연장 1백60여㎞의 고속도로를 개통한데 따른 것.
지난 87년 11월 착공해 5년6개월만에 완공된 이 도로는 북한의 기존 시멘트 포장도로가 아닌 아스팔트 왕복 4차선으로,곡선도로가 전구간의 3% 밖에 안되는 곧게 쭉 뻗은 길. 이로써 열차편으로 3시간 걸리던 평양개성길이 1시간30분으로 단축됐다.
○이 소장 47년만에 귀향
○…이번 방북 대표단중 가장 마음 설레는 사람중 하는 이태영 한국가정법률 상담소장(78).
평북 운산 태생으로 고등학교까지 북한에서 마친 이 소장은 47년만에 고향에 간다는 기쁨 외에도 살아있다면 6·25때 납북된 오빠 이태윤씨(91)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흥분한 표정.
3남매의 맏이로 이 소장보다 13세나 위였던 오빠는 어린 그를 아버지처럼 돌보며 늘 변호사가 되라고 격려해줬다는 것.
또 토론회가 열리는 평양에는 그가 남편 고 정일형박사와 결혼식을 올린 모교 정의여고가 있고 관광차 들를 금강산 삼선암은 남편과 데이트하던 추억이 있어 그의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는듯.
○“봉수교회 가고 싶어”
○…남측 대표단에는 3인 공동대표를 비롯해 기독교 신자가 다수 있어 이들은 평양 봉수교회 방문을 강력히 희망.
이와 관련,일원 윤영애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49)가 다니는 서울 이문동 동안교회 신도들은 봉수교회에 선물할 워드프로세서 1대와 1년분 용지를 마련,이를 전달할 계획.
동안교회는 평양 등 북한출신 신도가 특히 많은 교회로 지난 88년부터 통일 선교 기금으로 모아왔으며 이번에도 윤 총무의 방북을 앞둔 지난달 30일 일요예배에서 통일을 위해 다같이 기도했다고.
○10개월만의 재회
○…남한 여성계 대표들은 1일 상오 10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통과,마중나온 김선옥 북한 해외동포 영접부 부부장 등 북한 여성계 대표들과 재회의 인사.
이우정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2차토론회에서 만났던 일을 상기하며 김선옥부부장에게 『열달만입니다』고 인사를 건네자 김 부부장은 『반갑습니다. 잘해봅시다』며 포옹.
○“모종의 성과 거둘 것”
○…이에 앞서 대표들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여성계 대표들로는 처음 방북하는 소감을 피력.
이우정대표는 『감격을 뭐라 표현할 길이 없다』며 『남성들이 하는 고위급회담처럼 이해관계를 따지는 만남이 아닌 만큼 허심탄회하게 북측 대표들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
이효재대표는 『남성들이 북한에 갈 때는 한쪽 문만이 열린 것이었으나 이제 비로소 양쪽 문이 열렸다』고 밝히고 『이번 토론회에서 정신대문제에 대한 남북 여성들의 공동대응에 모종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평양=오미환기자>평양=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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