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진출 이후 첫 외유/이미지제고 “만족성과”/「경제통」 부각·건강과시는 성공/“현대 창업주” 불식 못시켜 “흠집”정주영 국민당 대표는 30일(현지시간) 멕시코방문을 마치고 미국에 들러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연설하는 것을 끝으로 9박10일간의 외유 일정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정 대표는 멕시코방문에 앞서 미 로스앤젤레스에 들러 흑인폭동 이후 교민사회의 피해복구상황을 둘러보기도 했다.
정 대표의 이번 해외방문은 정계진출이후 첫 외유라는 평면적 의미외에 대선을 앞둔 후보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정 대표는 이번 해외방문에서 최소한 두가지 목표를 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첫번째는 건강의 대외적 과시이고,또 하나는 경제통으로서의 이미지 부각이다.
즉 정 대표의 대선가도에 있어 가장 부정적인 요소 하나와 반대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긍정적 요소를 각각 축소·확대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정 대표는 이번 해외방문에서 건강부분에 대해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낮과 밤이 바뀌는 시차와 멕시코 고산지대에서의 3박4일 체류를 무리없이 해냄으로써 건강에 대한 일반의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정 대표는 외유 첫날인 지난 24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교민상가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각종행사에 참석하는 등 서울에서와 같은 강행군을 계속했다. 해발 2천m가 넘는 고산지대로 산소가 다른 곳보다 30% 정도 부족한 멕시코시티에서의 빡빡한 일정도 무난히 소화해냄으로써 「건강시험」의 1차관문은 통과한 것이다.
이에 반해 정 대표가 「경제통」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있어서도 건강 만큼의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물론 정 대표는 멕시코 방문기간중 현지정부 인사들과 양국간 경제협력방안을 놓고 밀도있는 논의를 함으로써 자신의 「전공분야」를 재확인하면서 나름대로 국익차원의 「소득」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정 대표는 이번 외유의 하이라이트인 살리나스 멕시코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경제통」 이미지를 배가시키는 효과를 얻고자 했다.
즉,자신과 같은 경제통인 살리나스 대통령의 집권이후 멕시코 경제가 안정·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대선과 연계된 이미지 중첩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목표는 정 대표의 멕시코방문이 마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직후 멕시코에 대한 현지 투자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측면과 맞물리기도 했다.
반면 이같은 긍정적 성과를 상쇄시키는 부정적 요소도 적지 않다.
우선 멕시코에서 특별히 큰 환대를 받았던 정 대표는 곳곳에서 「현대 창업자이자 지금은 정치인이기도 한 인물」로 소개됐다. 따라서 이번 해외방문에서 정치인으로 대접받기를 원했던 정 대표로서는 자신의 최대장점 때문에 오히려 기대만큼의 정치적 성과를 손해본 측면도 있다.
정 대표가 당초부터 「비즈니스」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해도 해외방문 기간중 현대 창업주로서의 대우에 분명한 선을 긋지 않고 한편으로 그에 적극 부응하는듯한 반응을 보였다면 대통령후보와 특정기업과의 연결고리에 끊임없이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일반여론을 무시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가 이번 해외방문을 통해 건강과 경제전문가로서의 강한 이미지 형성에 도움을 받은 것은 틀림없다. 특히 미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의 연설 및 답변과 CNN 등 미 언론들과의 대담은 정치인으로서의 자신감을 과시했고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데 일조를 했다.
특유의 저돌적 정면돌파 방식이 해외방문에서도 발휘된 셈이다.
다만 이같은 시도가 대선에서 종합적으로 상승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 대표의 정계진출이 그의 말대로 철저하게 「국리민복」이라는 「공적동기」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이 끊임없이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워싱턴=정광철특파원>워싱턴=정광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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