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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변종영어」 급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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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변종영어」 급속 확산

입력
1992.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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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Kar,Green→Grin,Shoes→Shooz/개방영향… 학자들 “모국어 오염” 경고최근들어 서방문화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지나친 경도를 우려하는 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어 학자들은 도스토예프스키와 푸시킨,톨스토이 등 세계적 문호들이 갈고 닦아놓은 아름다운 러시아어마저 갑작스런 외래어의 기습으로 급격히 오염됐다는 엄중한 경고를 발했다.

러시아를 정화시키려 노력하는 국문학자들은 이미 야인으로 돌아선 『고르바초프의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 나왔을 때부터 외래어의 침투를 어느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철의 장막」이 무너지면서 이처럼 단시간내에 외래어들이 판을 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며 혀를 찼다.

이들이 제시하는 예는 무궁무진하다. 그중 하나가 국가 최고지도자들간의 정상회담을 의미하는 서미트라는 영어 단어.

「러시아어학회」의 부회장 예브게니 셰리아예프는 『부시와 고르바초프가 첫 회동을 가진후 구 소련의 관영언론에 처음 등장했던 서미트란 용어가 이제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할 때도 사용되고 있다』고 짜증을 낸다. 거기서 그치는게 아니라 러시아식 철자법에 따라 Sammit로 표기되는 정상회담이 이제 중요한 모임을 뜻하는 공용어로 점차 정착돼가고 있다고 셰리아예프는 주장한다.

그러나 이 정도는 오히려 애교랄 수 있다.

러시아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대화를 들어보면 괴상한 발음과 철자를 가진 영어식 단어들이 어지럽게 튀어나오기 일쑤이다.

예를 들면 『어제 카르(Kar)를 타고 샤우핑(Shawping)을 갔는데 그린(Grin)이 없어서 슈즈(Shooz)와 티­셔르트(Ti­shirti)만 사고 쇼르트(Shorti)를 못 샀다』는 식.

이 말을 고쳐하면 『어제 자동차(Car)를 타고 장을 보러갔는데(shopping),돈(Green,달러를 의미하는 속어)이 없어서 신발(Shoes)과 티셔츠만 사고 반바지(Shorts)는 못 샀다』가 된다. 문제는 이같은 국적불명의 대화가 청소년들 사이에 크게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유행하는 외래어중 하나가 달러를 의미하는 미국의 속어 벅(Buck)인데 러시아인들은 이 단어의 복수와 단수를 러시아식으로 구분해 사용한다. 즉 영어에서 벅의 복수는 벅스가 되지만 이들이 바크(Bakk)로 표기하는 벅의 복수는 러시아 문법에 따라 박소프(Bakksov)로 변한다. 완전한 영어의 러시아어화가 이루어진 셈. 일부에서는 한술 더떠 달러지폐를 의미하는 그린이라는 영어 속어를 Grin으로 러시아어화해 사용하기도 한다.

서로 아는 사람과 마주칠때 간단히 던지는 러시아인들의 인사말에도 어느새 국적불명의 영어가 끼어 들었다.

요즘 러시아 젊은이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인사말은 『Nu,khow?』이다. Nu란 영어의 Well에 해당하는 좋다는 뜻이이고 Khow는 영어의 인사말에 등장하는 의문사 How의 러시아식 표기이다. 결국 『난 좋아,넌 어때?』를 이중 혼합언어로 표현해 내는 셈이다.

셰리아예프는 『서방의 자본주의 경제방식과 기술을 도입하려는 러시아가 순전히 자본주의적 개념인 경제용어라든지 전문기술에 대한 마땅한 용어를 미처 개발하지 못한 상태라 일부 전문적인 외래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버젓이 같은 의미의 러시아어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대화속에서 외래어들이 기세를 올리는 것은 문화 사대주의와 분명한 연관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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