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등대」 사라져 방향감 상실/정치이념 대신 경제협력 목소리 높일듯/외교입지 약화된 북한변화 노력도 주목【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동서냉전 체제하의 국제정치 무대에서 그 나름의 입지를 확보해왔던 비동맹운동(NAM)은 과연 어떤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것인가.
이미 빛바랜지 오랜 비동맹운동의 제10차 정상회의가 냉전체제 붕괴후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1일부터 6일간 열린다. 이번 회의는 의장직을 유고로부터 넘겨받은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의 주재하에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싱가포르 오작동총리,북한 연형묵총리,파키스탄 나와즈 샤리프 총리,모잠비크의 조아침 크리사노 대통령 등 1백4개 회원국의 국가수반 및 대표가 참가하는 맘모스회의다.
이번 비동맹회의는 지난 61년 창설된후 동서냉전이란 대립적 세계질서하에서 정치적 대립분위기만을 고양시켜왔던 기존 노선이 지난 수년간에 이뤄진 냉전체제의 종식으로 방향타를 잃게 됨에 따라 남북,또는 남남간 경제협력 등 정치적 이념을 대신할 보다 건설적이고 실질적인 새로운 운동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
의장국으로 운동방향의 키를 잡은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지금까지 공허하게 「자주」 「반제」 등 이념문제에만 목소리를 높여왔던 정치지향 노선에서 탈피,이제는 선진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서로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경제지향적이고 현실주의적인 노선의 정립을 주창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운동방향의 전환에 대해 대부분 회원국들도 이미 많은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수하르토 대통령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남북간의 경제적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선진국의 획기적인 협조를 촉구하면서 우선 수천억달러에 이르는 후진개도국의 부채를 탕감시켜달라는 결의안 채택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비동맹의 새로운 위상설정과 관련,이집트 등 일부국가들은 동서냉전 체제의 종식으로 비동맹운동의 필요성이 상실됐으며 따라서 제3세계국가 그룹인 「77그룹」과 같은 성격으로 근본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주장,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이번 회의에 연형묵총리를 파견,비동맹의 변화국면에서 새로운 입지확보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75년 비동맹에 가입한 북한은 냉전체제하에서 반제국주의 노선을 이끌며 비동맹 정상회담에서 ▲주한 미군철수 ▲유엔사령부 해체 ▲북한측 한반도 통일안 지지 등 한반도 관련 결의안 채택을 주도,비동맹을 자신들의 통일,반미 외교전략을 강화하는 주요 무대로 삼아왔다. 그러나 지난 수년동안 냉전와해에 따른 외교고립과 경제악화로 이같은 북한의 전략은 힘을 잃은채 비동맹에서 발언권이 급격히 약화돼왔다.
한소수교에 이어 최근의 한중수교 등으로 더욱 고립된 북한은 이를 만회하기 위한 외교공세를 모색하고 있는듯하다. 북한은 올해들어 쿠바 라오스 팔레스타인 시리아 캄보디아 정부 대표단을 초청하는 한편 김영남 외교부장이 지난 5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비동맹 조정위 각료회의에 참가하고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을 순방하는 등 비동맹세계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북한도 비동맹의 흐름에 맞춰 반민·반제적 이념공세 노선에서 선회,현실적인 경제협력 등에 치중하면서 새입지를 강화해 외교고립의 탈피,또는 대미·대일 관계정상화의 발판으로 이용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