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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총재가 해야할 일/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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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총재가 해야할 일/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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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정사상 민간정치인이 집권당의 총재가 된 예는 이승만 자유당 총재와 4·19혁명후 집권한 장면 민주당 대표최고위원뿐이다.하지만 이들의 집권기간은 헌정 44년기간중 겨우 13년에 불과하다. 장장 30여년을 비민간정치인­군출신인사가 국가를 경영해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영삼씨가 실로 31년만에 집권 민자당의 총재로 피선된 것은 뜻깊은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김 총재에게도 께름칙한 약점이 있다. 31년만에 문민정치시대를 열었다고 하나 이번의 민자당 총재피선은 선거 등 자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3당합당의 덕분으로 이뤄진 것이다.

아무튼 김 총재로서는 총재로 선출되는 순간 만감이 교차되었을 것이다. 26세의 나이로 3대 국회의원이 되어 정계에 발을 디딘이후 자유당의 사사오입 개헌에 반발,뛰쳐나와 민주당 창당에 참여하면서 해공 신익희,유석 조병옥,운석 장면,상산 김도연,선온 백남훈,해위 윤보선,유진산씨 등의 훈도와 격려속에 숱한 파란과 역경을 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대선승리로 가는 지극히 어렵고 힘든 관문이 남아있는 것이다. 당내외 및 국가적인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국민에게 희망과 진실과 꿈을 안겨줄 수 있는가에 따라 정치경력 40년의 영진은 물론 대선서의 당락이 판가름지어지는 것이다.

김 총재는 취임사와 기자간담회에서 매우 의욕적이고 야심에 찬,그야말로 기막힌 이야기를 했다.

그대로만 된다면 우리나라는 1∼2년안에 나라 구석구석에 한점의 의혹과 흑막도 없는 도덕국가로서 선진민주국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나라전체도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 있을 것 아닌가. 하지만 이를 들은 상당수 국민들은 별다른 감동이나 감흥을 나타내지 않고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역대 집권당 총재­대통령 후보로부터 귀가 아프도록 들었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흐지부지로 꼬리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바로 이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따라서 김 총재는 오는 연말 대선까지의 3개월여의 기간을 집권당총재의 수습내지 실험기간으로 생각하고 다음의 점들을 반드시 실천해야만 한다. 첫째 자신이 밝힌 국정개혁과 변화 그리고 도덕정치 구현의 구체적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말로만의 개혁과 변화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국민이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대대적인 국정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둘째 21세기를 겨냥한 국가발전 전략과 국제화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생존전략을 밝혀야한다. 그날그날을 때우고,그때그때를 넘기는 식의 정치와 통치방식으로는 장차 국제시대에서는 고아가 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김 총재가 말한 「한국병」의 치유문제다. 그 증세를 가치관의 전도,기강붕괴,지역계층 세대간의 갈등 등으로 설명한 것은 타당하나 한국병의 원인이 어디있는가를 알 필요가 있다. 병인은 두말할 여지없이 정치불안·정치파행내지 무정치와 이에대한 국민의 불신에 있는 것이다. 김 총재는 깊은 수렁에 빠진,또 철저히 당리당략으로 발전을 못하는 정치의 대개혁안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

넷째는 집권당인 민자당의 화합과 자체개혁이다. 국민들이 보는 민자당은 아직도 계열이해와 파쟁이 내재하고 있는 휴화산이자 시멘트가 굳지 않은 가건물형태이다. 이처럼 어정쩡한 상태로 과연 대선을 감당,승리할 수 있겠는가.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다. 김 총재는 모든 것을 던지는 화합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장면정권때 외에는 단 한번 시행못하고 있는 말뿐인 집권당의 당내 민주주의가 꽃피게 해야 한다.

다섯째는 논란이 많은 대형국책 사업문제를 노 대통령과 협의하여 새정부 출범때까지 보류시키는 일이다. 이동통신의 백지화는 모두에게 상처를 입혔지만 정부·여당으로서는 값비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전교조문제 구속자문제 등 지금까지 정부·여당이 껄끄럽게 여겨온 문제들에 대해 정면으로 해결책을 마련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정국을 좌초시키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문제 역시 야당과 대타협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집권당의 책임자가 되어 국정운영의 책임을 노 대통령과 함께 지고있는 김 총재의 태도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이다. 매사에 우물쭈물하고 무조건 장고가 아니라 막힌 것은 시원하게 뚫고 굽은 것을 바르게 펴는 김 총재 특유의 결단력과 실천력을 기대하고 있다. 획기적인 국정개혁의 실천강령을 담은 「김영삼선언」 「김영삼백서」로 이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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