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미국”엔 일치 각론엔 대립/「힘의 평화」속 국내문제 신경/공화/「부국강병론」 무역우위 입장/민주88년 대통령선거에서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는 「힘을 통한 평화」를 외교안보정책의 기본축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이는 전임 레이건행정부를 포함,공화당정권 12년간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가 돼 엄청난 세계의 변혁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은 체제우위를 점하면서 냉전종식을 이끌어내 「팍스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평화) 구현이란 평가속에 신국제질서 구축을 선도하고 있다.
이는 11월 재선고지를 향한 부시대통령의 공로이자 최대 강점이다. 국민도 그의 탁월한 국제감각과 외교 경륜을 높이 평가한다.
따라서 대권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경쟁키 어려운 분야이다. 여기서 「확장」이냐 「고수」냐,전통적으로 맞대결을 벌여온 공화·민주 양당간 외교정책 싸움은 끝난다. 그만큼 민주당의 외교안보정책은 공화당안에 근접해있다.
세계는 이제 변했다. 자의든 타의든 유일 초강대국이 돼버린 미국의 국제적 위상으로 역할은 한가지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역시 「강력한 미국」을 내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총론부문에서는 공화당과 거의 차이가 없다. 민주당의 공약인 「새로운 맹약」은 『세계 최강의 국방력을 갖춘 국가를 만들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무력을 사용할 태세를 취하겠다』고 다짐한다. 이라크를 응징하려는 부시의 의도에 지지를 보내며 유고내전에 있어서는 적극자세를 주장,오히려 한술 더 뜬다.
그러나 세계가 변한만큼 미국 국민도 이제 미국의 변화를 원한다. 이 때문에 후발주자인 빌 클린턴은 대외적 팽창에 못미쳤던 부시의 국내정책면에서의 허점을 대외정책에 역이용한다.
그 대표적인게 국방비 삭감논쟁이다. 그는 「세계 최강 국방력유지」를 공약하면서도 『저축을 국내고용 창출로 돌리기 위해 97년까지 국방예산을 현재의 36%이상 삭감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시의 공화당안보다 1천억달러나 낮은 액수다. 이와함께 미국사회속에 거대 「리바이어던」(괴물) 형상을 한 방위산업체의 대폭 민주화를 강조했다. 이는 공화당과 전통적 우호를 맺고 자금과 영향력을 지원해온 노멘클라투라(지배계층)를 약화시키는 반면 국내경기 침체에 식상한 일반인들을 고무시키는 「양날의 칼」이다.
때문에 클린턴의 안보정책은 현 상황을 혐오하는 일반인들의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다소 현실성이 부족한 이율배반적 「비전」이란 지적이 없지 않다.
공화·민주 양당이 외교안보 정책면에서 가장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대중관계이다. 공화당의 대중외교 기본은 체제경쟁자인 소련을 봉쇄하기위한 미중협력에 중점을 두어왔다. 공화당 출신 닉슨 전 대통령이 미중관계 정상화를 이룩했고 부시가 초대 주중대표부 대사를 지낸 점에서도 이와 같은 맥락을 짚어볼 수 있다. 때문에 민주적 가치와 인권 등 자유주의를 표방해온 민주당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중국의 최혜국 대우연장을 둘러싸고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가 올린 재고요청을 부시가 번번이 거부하는 논쟁이 계속된다.
따라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미중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전망이다. 중국이 서둘러 대한수교를 결정지은 원인중 하나가 선거를 앞둔 클린턴의 급부상 때문이란 분석이 이로인해 나온다. 클린턴은 후보 수락연설에서 『바그다드로부터 북경에 이르기까지 독재자를 용인치 않겠다』며 중국 최혜국 대우를 재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신생민주국 반열에 들어선 독립국가연합(CIS)에 대한 지원을 강화,공동으로 중국에 「자유와 민주」의 영향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중국과 궤를 같이하는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대한안보조약의 확인이라는 점에서는 공화당과 별차이가 없다. 다만 공화당에 비해 급진적인 해외주둔 미국병력 감축안을 통해,보다 포괄적인 주한미군의 감축이 예견된다.
그러나 민주당의 범지구전략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외무역정책을 우위에 둔 점이다. 냉전종식으로 힘에 의한 안보논리가 퇴조함으로써 경제력 신장이 외교전면에 나선데다 국내 불황타개책이 밖으로 나타난 결과다. 클린턴은 『강력한 미국은 국내문제 해결에서 출발한다』는 입장이다.
국내압력에 처한 부시도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한다. 그러나 자유무역주의의 전세계 확산을 표방해온 공화당으로서는 한계에 부딪친다.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띤 민주당의 부국강병론은 현 상황과 맞물려 유권자들의 큰 호응을 부른다. 이를 발판으로 클린턴은 강화된 무역입법을 다짐한다. 때문에 민주당정권은 무역협상에서 시장개방 압력 등 공세적 태도를 예고케한다. 클린턴이 일본의 각료들로부터 조롱받는 미국의 현실을 개탄하며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다짐과 일맥상통한다. 대외관계는 매끄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함께 일본과 독일에 유엔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등 새로운 국제질서하에서 역할분담을 확대시키는게 민주당의 정책이다. 때문에 클린턴의 미국은 자칫 축소지향의 대외정책으로 신고립주의에 빠져들지 모른다.<윤석민기자>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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