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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까워진 2백만 동포의 어제와 오늘/중국 조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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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까워진 2백만 동포의 어제와 오늘/중국 조선족

입력
199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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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새시대·연변자치주 40돌/민족동질성 찾자/백30년 이주사… “잊혀진 핏줄”/「생존위한 중국인화」 고통속/“뿌리 지키기” 눈물겨운 노력중국 교포들이 더 가까워졌다. 8·15 해방이후 중공정권수립(1949년)으로 우리와 단절된채 살아야 했던 중국 동포들은 84년 이후 친척방문 등으로 한국 땅을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관심을 모으게 됐으나 오랫동안 역사의 고아처럼 잊혀진 사람들이었다. 지금 그들과 우리는 무엇이 같고 어떤점이 서로 다른가. 한국일보사는 8·24 한중 수교와 연변 조선족차지주 창립 40년(9월3일)을 맞아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중국 동포들의 삶과 의식을 조명하는 주 1회의 「중국 조석족」 시리즈를 시작한다.<편집자주>

중국 조선족은 91년 6월말현재 1백92만여명(외무부통계). 해외동포 4백83만여명의 39.8%이며 재미동포(1백45만여명·30%),재일동포(73만여명·15.1%) 보다 훨씬 더 큰 인구집단이다.

1960년대로부터 기산되는 1백30년 중국 이주사에서 그들은 척박한 황무지에 벼농사를 성공시켜 민족의 끈기와 지혜를 과시했으며 중국의 56개 민족중 가장 높은 교육열과 민족적 자부심으로 고난과 한을 이겨왔다. 또 전통민속과 얼을 살리고 우리의 어문을 지키고 가꾸기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생존을 위해 중국인화할 수 밖에 없었고 국가의식과 민족의식이 서로 다른 2중 정체성과 2중 언어인으로서의 고통을 경험해야 했다.

우리말밖에는 할줄 모르던 1세와 달리 3,4세들은 한어에 더 익숙하며 체계적 학교교육을 받은 3,4세들의 한족사회 진출은 어쩔 수 없이 세대간 갈등과 조선족 민족문화의 와해나 변질을 초래하게 됐다.

더욱이 80년대 이래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은 중국 조선족사회에도 지대한 문화충격과 사회이동을 몰고 왔다. 지금 그들의 가장 시급하고 주된 명제는 우리도 남들처럼 잘 살아보자는 것이다.

그들은 소비도시 서울을 동경한다.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수도인 연길은 중국에서 손가락 꼽는 소비도시로 기형성장을 하고 있는 「소서울」이다.

인구당 비율이 중국 제일이라는 택시,숱한 무도청 오락청 커피청 등 이른바 「3청」은 유흥과 소비를 조장하고 각종 범죄를 유발한다. 향수하자는 풍조는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다.

냉엄하게 말하면 이제 그들은 중국 국민이다. 고국은 한국일지언정 조국은 중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만큼 중국 조선족은 거의 차별을 느끼지 않고 살아간다. 그리고 상당수가 공산주의의 당위성과 유용성을 신봉하고 있다.

그런 중국 조선족이 84년 이후 벌써 20만여명이나 한국에 다녀갔거나 머물러있다. 중국 동포들의 불법체류와 불법취업은 큰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이다. 친척을 찾아 돈을 찾아 그들이 처음왔을때 우리는 먼 시골의 가난한 친척을 만난듯 반가워하고 안쓰러워 하다가 이제는 골치아파하고 있다.

그들은 서울의 각박한 인심과,돈을 뿌리며 뽐내는 한국인 연변여행자들의 오만,신의를 지키지 않는 모습에 상처받고 있으며 어떤 점에서는 닮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 조선족은 이 땅의 분단을 안타까워하며 자신들이 남북(또는 북남) 통일의 조정역·완충역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오늘날 그들의 얼굴은 60년대 초쯤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어제의 우리들 얼굴이다. 때때로 얼른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달라진 언어와 잊었던 우리의 모습과 같은 얼굴로 그들은 우리들 곁에 와 있다.<연길=임철순·강진순·조상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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