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가 죽음이냐 아니냐. 해묵은 이 쟁점에 대해 찬·반 어느쪽이든 국민적 합의가 형성돼 있지 않다. 이런 불확실성의 상태에서 뇌사에 따른 장기이식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두리뭉실하게 관행으로 정착될지도 모른다. ◆장기이식 그 자체는 의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심장,간장,신장,안구 등 병든 장기가 건강한 장기로 대체됨으로써 삶이 새롭게 되고 건강해진다. 우리나라도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천명이나 된다. 의술도 이식을 감당할 만큼 선진화돼 있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 미·일·EC 등도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뇌사의 인정이 사회적으로 보편화돼 있지 않다. 법률적으로 인정돼 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의학협회 등 의료계에서는 의학적으로는 인정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당국 자체의 판단에 따른 뇌사에 의한 장기이식 증가도 이 때문인 것 같다. 뇌사가 세계 의학계에 의해 처음 공인된 것은 68년 시드니선언(세계 의학회총회)에서다. 지금은 선진국 등 세계 대다수의 국가가 뇌사를 인정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뇌사를 「공인」 않고 있는 곳은 아마도 한국뿐인 것 같다. ◆의료쟁점에는 반드시 법으로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한지 여부가 문제되는 것이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인공유산이 바로 이런 범주에 속한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낙태문제가 사회·도덕적인 문제이면서 엄청난 정치적 문제다. 우리는 법규정은 어떻든 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낙태의 천국이다. ◆뇌사의 장기이식 문제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 법과 질서가 확립돼야겠다. 생명의 존엄을 위해서도 그렇다. 뇌사인정이 세계적 추세면 이를 따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법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합법화될때까지는 뇌사의 장기이식은 자제하는 것이 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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