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중심축서 국정능력 시험/차별화·범여결속 조화가 난제민자당이 28일 김영삼총재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
지난 90년 1월 3당 통합으로 닻을 올린 집권민자당의 제2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날의 김영삼체제 출범은 단순히 집권여당의 당권교체라는 도식적 의미를 뛰어넘어 한국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새로운 이정표의 의미로 되새겨질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집권여당이 5·16 군사혁명이후 처음으로 당권과 대통령 후보를 「민간인 출신」 인사에게 맡기게 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김 총재 자신은 이를 총재수락 연설에서 「문민시대의 개막」으로 표현했다.
김 총재 주변 인사들은 이를 가리켜 『한국정치사 반세기의 기본적 정체성 논쟁인 민주화 문제를 해결,역사의 뒤안길로 묻어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집권여당이 이른바 「정통성시비」에 더이상 얽매이지 않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들은 또 김 총재가 우여곡절과 다소의 잡음은 있었으나 집권당사상 최초로 자유경선이란 민주적 절차에 의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고 이의 연장선에서 당 총재가 됨으로써 한국의 정당정치를 새롭게 착근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고도 해석하고 있다. 과거의 집권당이 최고권력자의 부침에 따라 생성과 소멸을 거듭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그야말로 자생력 있는 집권여당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를 잡게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같은 원론적 의미부여 보다는 집권세력의 무게 중심이 김 총재에게로 명실상부하게 옮겨 갔다는 눈앞의 현실에 내외의 관심은 더한것 같다.
민주화 투쟁경력이 트레이드 마크인 30년 야당인사가 집권여당의 최고책임자로서 확고한 위상을 확보하고 권력의 중심축의 한가운데에서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보다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김 총재 스스로는 이를 시대적 변화의 구체적 증좌로 규정짓고 있으며,따라서 이같은 변화요구에 부응하는 방법론으로 「개혁」을 표방하고 나섰다. 나아가 「평상정치」「생활정치」의 실현을 자신의 정치색채에 접목시키려 하고 있다. 이를테면 상식이 통하는 정치,고답적인 대결구도를 청산하고 원칙과 순리가 존중되는 공존의 정치를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화려한 정치적 수사나 구호는 여전히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이 지적될 수 있을 것 같다.
요컨대 김영삼체제의 출범이 웅변하는 나름의 각별한 메시지만큼이나 김영삼 호의 항로는 결코 순탄치 않으며 과제 또한 산적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적 변화요구에 능동적으로 부응하는 적지점을 3당 통합에서 찾았음에도 지난 2년간의 정치가 파행의 연속으로 굴절됐던 경험은 공교롭게도 김 총재의 정치구상에 역설적인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김 총재 체제의 출범을 기점으로 당내 계파간의 완전한 화학적 결합을 이루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당내에서는 이질적 요인에 따른 갈등의 돌출가능성이 잠재돼 있다는 점도 유념해둘 대목이다.
권력의 이동추이에 따라 김 총재 중심의 세력화가 구축돼가고 있다고 해도 김 총재의 현안해결 방식 등 정치행태에 대해 여권이 만장일치의 박수를 보내지 못하고 있음은 부담요인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김 총재가 강력한 지도력을 표방하고 있지만 여권의 일각에서는 가끔씩 김 총재 특유의 접근방식에 당혹감을 표시할때도 많다는 지적이다.
결국 김 총재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한 범여권의 통합능력을 시험받고 있는 셈이라 할 수 있다. 6공과의 차별화 정책은 대선득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여권세력의 분산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부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 총재 주변에서 최근들어 「차별화」란 표현구사를 눈에 띄게 자제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이와함께 민주화의 완결,경제적 재도약의 기틀마련,지역주의의 해소,통일문제에 대한 성숙한 접근 등이 중장기적 과제라고 한다면 연말대선까지의 정국운영은 김 총재가 당면한 눈앞의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에앞서 9월 정기국회는 김 총재의 국정운영 능력과 정치지도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당장의 시험대가 될 것이고 정치쟁점 현안의 타개방식에도 우선 시선이 모아지게 될 것 같다.
김 총재는 특히 연말대선과 관련,51%의 과반수 득표를 목표하고 있지만 일부 여권조직의 이완현상과 선거결과에 대한 내부의 낙관적 관측,새로운 정치집단의 출현 가능성을 아울러 경계하고 있다.
김 총재의 한측근 인사는 이와관련,『범여권 결속문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없는 것도 아니나 내부검증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여권의 통합작업에 자신감이 붙는 것도 사설』이라며 『따라서 남은 과제는 과거의 YS지지표를 어떻게 재흡수 하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김 총재 체제를 새롭게 출발시킨 민자당은 스스로 고창한 「변화의 개혁」의 총론적 논리에 걸맞은 구체적 청사진을 어떤 모양으로 선보이느냐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셈이라고 할 수 있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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