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동북아 질서(한·중 새시대:7)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동북아 질서(한·중 새시대:7)

입력
1992.08.29 00:00
0 0

◎「교차승인」 가속… 일·중 영향 확대/한국,독자외교·역할증대 기대한중수교는 탈냉전이후 동북아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질서개편 과정의 한 산물이지만 그 자체가 동북아 신질서 구축을 가속화 시키는 역동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냉전시대 동북아시아에서 이데올로기에 기초해 형성됐던 한·미·일의 남방삼각 안보협력체제와 북·구소·중의 북방삼각동맹 체제의 대립구도는 한소 수교에 이은 구소연방의 해체와 시장 경제체제 도입,이번의 한중 수교로 완전히 붕괴되었다.

이제 이 지역에서 남아있는 마지막 냉전유물은 남북분단 및 북한의 폐쇄성에 따른 국지적 긴장이다.

북한은 아직 한중수교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위한 대책마련에 부심중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측이 한국과의 수교에 앞서 북한의 양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북한측에 북­일 수교 및 북­미 관계개선 지원,북한의 현체제 보장 등의 약속을 했으리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어쨌든 북한은 새로운 동북아질서 개편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수교와 대미 관계 개선을 서두를 수 밖에 없고 우리측도 북한의 고립심화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북­일 수교,북­미 수교일정은 가속도를 얻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해서 남북한을 미 일 중 러 등 주변 4강이 교차승인하는 구도가 형성될때 동북아신질서는 이제까지와는 젼혀 다른 새로운 역학관계도 작동되리라는 전망이다.

동북아 신질서의 최대 관건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이 점차 축소되어감에 따라 발생하는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일본과 중국간 패권쟁탈의 전개과정이다.

일본은 최근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 통과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진행시키기고 있다.

일본이 북한과의 수교교섭을 추진해온 것도 장기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동북아질서 개편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역시 최근 들어 군사력을 꾸준히 증강시키면서 동북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인 군축추세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으면서 핵군사력 및 해군력 증강을 시도해오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예상과 다르게 한중수교에 적극적 자세를 갖고 조기수교를 서두른것도 북­일 수교교섭,한­러 수교 및 기본조약 체결 등 일본·러시아의 적극적인 한반도 정책에 따라 한반도 진출에 뒤진다는 초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 한중수교에 대해 즉각적인 환영표시를 했지만 앞으로 미국의 대동북아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현단계에서 점치기는 어렵다. 더욱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부와는 상당히 다른 외교정책 노선을 갖고있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 역시 한중수교에 따른 동북아 역학관계 변화와 맞물리면서 동북아 신질서 형성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역시 한중수교에 대해 환영을 표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중수교가 동북아 안정의 최대변수인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 국내 정세의 불안정에 따라 동북아 지역에서의 현상유지와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또 북방도서 문제로 일본과 긴장상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따라서 한중수교로 나타날 동북아시아 안정국면을 시간벌기에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전망에서 볼대 한중수교로 촉진되고 있는 동북아의 신질서는 우리에게 반드시 유리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반도에 대한 주변 강대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지고 이에따라 국익과 장차 통일실현이라는 민족적 목표에 막대한 부담을 안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으로 일본과 중국이 동북아시아에서 벌이게될 패권정패 과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해도 일단은 한중수교로 동북아시아 질서개편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우리의 외교적 역량에 따라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의 패권주의를 적절히 견제하면서 역내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중수교를 계기로 논의가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시아 지역 집단안보 협력문제는 이와관련,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에대한 장기적인 비전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역내에서 베트남 처럼 우리나라와 비슷한 여건에 놓인 나라들과 협력방안도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동북아 신질서가 한반도 분단고착화로 전개되지 않도록 외교역량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이계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