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22일에 치러질 전기대학 입시경쟁률이 조금은 완화되리라는 전망이다. 지난해의 4.1대 1 보다 0.14% 포인트 낮은 3.96대의 1이 될 것이라는 교육부의 추계가 지난 25일자 신문들마다 대서특필되었다.0.14% 포인트라면 눈곱만한 정도의 완화율 밖에 안된다. 하지만 대학의 문이 워낙 비좁다 보니 수십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는 낭보일게 틀림없다.
문제는 이같은 경쟁률의 완화가 정말로 고학력 풍조의 본질적인 변화추세를 반영하고 있느냐에 있다할 것이다. 그것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면 「꿈보다 해몽」의 의미 이상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숫자풀이로 그 진짜 의미를 다시 해석해 보자. 지난 24일로 마감한 대입 체력검사 수검자 총수는 93만4천2백61명으로 집계됐다. 수검자가 사상 최다였던 90년(95만1천39명)보다는 1만6천7백61명이 적지만 91년(93만1천6백1명) 보다는 2천6백60명이 늘어났다.
수검자가 늘어난 요인은 올해 고3생들중 대학 진학 희망자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재수생 수검자(32만2천2백8명)는 지난해(32만6천8백61명)보다 4천6백53명 줄었고 검정고시출신(9천9백9명)도 3백31명 감소했다.
결국은 고3생이 지난해보다 7천6백44명이 증가함으로써 체력검사 수검자는 90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고3생수가 지난해(74만3천3백32명)보다 3천5백55명이 적은 73만9천6백77명인데 반해 수검자가 7천6백명이상 증가했다는 것은 바로 고학력 풍조가 완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심화됐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더 알기쉽게 풀이해보면 체력검사 수검 고3생 60만2천1백44명은 전체 고3생 76만9천6백77명(인문계 47만3천8백77명+실업계 26만5천8백명)의 81.40%에 해당한다. 고졸 예정자의 대학진학 희망률이 81.40%라는 뜻이다.
대학진학 희망률면에서 본다면 사상 최다의 기록이다. 이제까지 기록이었던 90년의 80.14% 보다 1.36% 포인트가 심화된 것이고 지난해 79.97% 보다 훨씬 높다. 이는 인문계 고3생이 1백% 대학진학을 희망했다고 가정해도,나머지 12만8천2백64명은 실업계 고3생이라는 계산이다. 전체 실업고 3생 26만5천8백명의 48.45%가 취업이 아닌 대학진학을 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취업을 위한 종국 교육기관인 실업고출신 절반가까이가 대학진학을 희망하고 있다는 현실이라면 대학을 지나치게 많이 가려고 하는 이 사회의 비틀린 고학력 풍조와 열기는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을 웅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문고 편중에 「대입위주교육」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 고교교육을 공고중심의 「취업위주교육」으로 일대전환을 하기 위해 교육부가 2년째 추진하고 있는 고교교육 체제개혁 역점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채 걸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인문고에서 실업고로 전환·개편한 2년의 실적이 4.4% 밖에 안돼 아직도 인문고대 실업고 비율이 64대 36으로 편중된 것도 큰 문제지만 설령 목표 연도인 95년까지 50대 50으로 된다해도 실업고가 취업교육기관으로 역할을 알차게 하지 못하면 그 또한 헛수고에 그치고 말는지도 모른다.
교육부는 전기대학 응시율 하향으로 입시 경쟁률이 「새발의 피」 만큼 완화된다해서 성급하게 낙관하며 안주하고 있을 것인가. 고학력 풍조와 열기를 치유할 근본적인 교육정책 없이는 교육중병은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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