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입 14.6%나 증가… 조세부담 가중/사회 간접투자분은 당초의 65%만 반영정부의 재정긴축 의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25일 정부가 민자당과의 당정협의를 하면서 내놓은 내년 예산잠정안은 세입·세출 양쪽 측면에서 모두 당초 당국이 강조한 긴축 노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최각규부총리가 국무회의를 통해 재정 긴축의 불가피성과 세출예산의 대대적인 구조개혁 착수방침을 밝힌 지 아직 한달도 지나지않았는데 벌써 슬그머니 딴 얘기를 하는 형국인 셈이다. 먼저 국민조세부담과 직결되는 세입부문을 따져보면 총 38조5백억원,전년비 14.6% 늘어난 규모부터가 「긴축」이란 수식어를 붙이기 곤란한 팽창예산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당초 내년에도 경제안정기조 유지가 긴요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경감 등 세법개정을 감안할때 경상성장률(13%내외)이상 세수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 당정협의에 제시한 규모는 이를 크게 웃돌아 전년비 14.6%나 늘어났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이같은 팽창예산에도 양이 안차 더 늘리라는 주장이고 보면 국회심의 과정서 국민부담보따리가 얼마나 더 커질지 누구도 알수 없게 됐다. 당국은 조세 탄성치(소득 등 과세대상액이 증가하는데 따라 세수입이 얼마나 더 늘어나느냐는 비율)가 당초 예상보다 높게 추정돼 실질적인 국민부담은 늘어나는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현행 직접세 체계가 대부분 소득이 많을수록 세율도 높아지는 누진세이므로 자동적으로 세금이 늘어난다는 추계가 꽤 설득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경제안정을 위해 성장 감속을 시도,내수경기가 예년에 비해 크게 위축될 상황에서 기업이나 가계가 피부로 느낄 조세부담은 훨씬 무거울게 뻔하다. 또 14.6%(본 예산대비)라는 증가율은 지난 90∼92년보다 낮은것이나 호황기였던 87∼89년 3년간 연평균 10∼12%수준을 기록했던 사실과도 대조가 된다. 세출부문은 마치 태산이 흔들려 고작 쥐 한마리 잡은 격이 되고있다. 도로·항만 등 사회 간접시설 투자,농업구조 조정,과학·기술 및 인력양성,중소기업지원 등 국가 경제의 미래를 위해 시급한 부문이 한두군데가 아니어서 대대적인 재정 내부의 개혁작업을 벌이겠다던게 불과 며칠전이었다. 그런데 이번 예산안의 윤곽에 나타난 것은 각종 사업비가 올해보다 겨우 11.6%늘어난 15조3천억원(일반회계 재특포함)정도다. 지난 88∼92년 5년동안 사업비가 연평균 20%씩 증가했는데 세출구조 개혁을 하고도 결과가 이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다.
당초 각 부처가 요구한 사회 간접자본 투자관련 사업비 6조8천억원 가운데 65%수준인 4조3천억원 정도만 이번 예산안에 반영됐다. 도로·철도·지하철 등 간접시설 투자에 들이는 돈이 적어짐은 곧바로 완공시기가 그만큼 늦춰져 교통체증 등 국민 불편도 더 오래간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물론 경상경비 동결,공무원 봉급인상 및 방위비 증가억제 등 이번 예산편성 과정에서 당국이 돋보이게 고심한 흔적이 여러곳에 나타나는것은 사실이다. 한 실무관계자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압력,총론 재정긴축 찬성각론 우리 사업은 예외라는 식의 부처 이기주의,뭐든지 국가가 해달라면서 세금 더내기는 꺼리는 사회풍토 등 넘을수없는 벽이 너무 많아 역부족이었다』고 실토했다. 어쨌든 이번 예산안은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경제안정기조 정착노력을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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