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의 단교가 머릿기사로 올라있는 25일자 대만신문의 1면 한 귀퉁이에 니제르의 총리일행이 이날 나흘간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한다는 기사가 실려있다.지난 7월말에 있은 니제르공화국과의 복교(니제르와 중국은 단교)는 대만정부가 탄성외교를 실시한 이래 최대의 성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대만정부의 자신감을 한껏 고양시켰던 니제르와의 복교는 한국을 잃음으로써 한달이 채 못돼 그 빛이 바랬다.
니제르와의 복교를 통해 북경에 멋진 「잽」을 먹였던 대북이 거꾸로 서울북경 수교라는 「어퍼커트」를 맞은 격이다.
49년 10월 대륙에 공산정권이 수립된 이래 중국과 대만은 누가 중국을 대표하느냐 하는 이른바 「중국 대표권 문제」로 싸움을 벌여왔다.
중국의 유엔가입과 미중수교이래 「제로섬」게임에서 밀릴대로 밀리던 대만은 북경을 승인한 국가와의 수교를 마다하지 않는,「쌍중승인」을 지향하는 탄성외교로 선회,돌파구를 마련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줄기만 하던 수교국가를 증가세로 반전시키는 성과를 거두어 왔다.
최근 니제르를 상대로 맞부딪친 외교전에서 북경에 「완승」하자 대만은 「쌍중승인」의 외교정책에 서광이 보인다고 흥분했고 북경측은 점차 달라지는 국제환경변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중수교는 대만이 처하고 있는 냉엄한 국제적 위상을 다시한번 깨닫게 했다.
하지만 외교적 패배와 스스로 처한 위상에 대한 냉정한 자기 확인속에서도 대만 언론은 중국이 두개의 한국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한반도에 두개의 정치실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북경정부가 중국에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또한 중국은 소련붕괴이후 베트남,북한 등과의 유대강화를 통해 사회주의 체제의 존속을 꾀했으나 한중수교로 이러한 구상은 포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한중수교로 북경은 그동안 견지해온 중요한 원칙들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과거 경제적 실리를 위해 동독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독과 수교했던 소련이 결국 붕괴하지 않았느냐는 「역사적 사실」도 상기시키고 있다.
대만 언론은 한중수교라는 외교적 패배속에서 마지막 자존심과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대북에서>대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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