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대통령이 민자당 총재직을 사퇴하고 당대통령후보인 김영삼대표가 그 자리를 승계하게 됨에 따라 여권의 중심은 이제 가시적으로 당쪽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지난 5월 김 대표가 대통령후보로 결정된 이후 노 대통령의 입지는 대선을 앞둔 당의 위상제고와 연계되어 차츰 약화될 수 밖에 없었는데 오는 28일 김 후보가 명실공히 당을 이끌게 될 경우 정치적 비중이 급속도로 당과 김 후보쪽으로 기울게 되리라는 것은 쉽게 이해된다.국민의 관심이 남은 임기동안의 노 대통령 행적보다 다음 정권의 담당자를 결정할 오는 대선에 쏠려있는 이상 그 대선을 통해 정권창출에 도전하는 집권당의 총재겸 대통령후보가 정치의 중심으로 부각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총재직 이양과 때를 같이해서 이동통신 파문이 일어나고 그 결말이 노 대통령의 입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볼때 오는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이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다른 어느 때보다 현저히 감소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87년의 대선때와는 달리 집권 여당에 대한 현역 대통령의 지원이나 담당역할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어 오던 터에 급격히 약화된 노 대통령의 입지여건은 당이 주가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형태의 주당종정의 관계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을 높여 놓았다고 하겠다.
그러니까 정권 재창출의 견인역을 당이 맡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해주는 형태의 정치상황이 앞으로 계속될 것 같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당이 대선전략을 앞세워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더 깊숙히 관여할 것으로 보이며 정치를 당에 일임한 노 대통령은 일련의 외교행사를 포함하여 퇴임에 대비한 마무리 작업에 전념하게 될 것 같다.
이러한 주당종정의 관계는 새 총재가 된 김 후보가 당과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하게 부각시키려 할때 더 두드러지게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 후보는 6공의 인사정책과 일부 경제정책에 대한 시정과 개혁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으므로 총재 수락연설 등에서 현 정부와 당,현 정부와 차기정권과의 차별성을 명확히 제시할 것이 분명하며,그 차별성의 강조를 대선전략의 한 골격으로 삼을 전망이다.
그러나 아무리 김영삼후보가 「깨끗한 정부,강력한 리더십」을 천명하고,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여당의 대표최고위원으로서 현실정치에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할 입장에 있다는 점에서,그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지나친 개혁주장은 그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여권의 상당수가 반발할 우려가 없지 않으며 여권을 너무 의식하다가는 현 정권과 자신이 창출해내고자 하는 다음 정권간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기 어렵게 된다. 6공정부의 실정을 과감히,그리고 직접적으로 비난하기 어려운 김 후보의 처지가 당을 책임지게 된 후에까지 그의 최대의 약점으로 남지 않을까 염려된다.
비록 여권의 힘이 당과 김 후보쪽으로 옮겨진다고 하더라도 과도기를 틈탄 일부 공무원들의 심한 해이현상은 당정이 힘을 합쳐 바로잡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정권말기에 일어나는 권력의 누수현상은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 것이므로 설사 현 정부의 국정 장악력이 저하되더라도 그에 대한 반발같은 것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고 정권은 임기 말기의 마무리작업에 최선을 다해야 할 줄로 안다.
김영삼후보의 독자행보가 불가피하다는데 대해서는 이해가가나 대선을 의식한다면 그 독자행보가 여권내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김 후보 체제하의 민자당이 새로운 바람의 진원지가 됨으로써 참신한 정치를 창조해내고 국민에게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할 수 있도록 운영될 것인지 우리는 국민과 더불어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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