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명분 살리는 절충점 모색/YS 독자행보 가속… 곡절 예상제2이동통신 문제로 촉발돼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 민자당 대표와의 감정대립 양상으로까지 치닫던 여권내 갈등은 「선경의 자진반납」 카드가 제시되면서 큰 고비를 넘게 됐다.
24일 저녁 열린 민자당 4인 수뇌부의 청와대 회동결론은 노 대통령에게 사태수습을 위임한다는 것이지만 참석자들 모두가 『잘 풀릴 것』이라고 말해 선경의 사업권 포기를 기정 사실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이 최종현 선경 회장과 극비회동,사업권 반납결단을 촉구한 사실을 공개하면서까지 『반납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언급했고 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도 『민의를 반영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낙관해 합의형식의 분명한 수습 가닥을 찾은 느낌이다.
또 참석자들은 『이동통신 문제의 진행과정에서 생긴 노·김 두사람의 오해는 완전히 풀렸다』는 대목을 강조해 역으로 노·김관계의 원상회복이 간단치 않음을 시사했다.
이는 여권 대선전열의 두축인 노 대통령과 김 대표의 동반관계에 가해진 상처를 봉합하면서 외형상 두사람의 최소한의 명분을 찾아 나가는 쪽으로 수습책이 모색됐음을 의미한다. 바꿔말해 대통령의 사돈가에 6공 최대의 이권사업을 떠맡기는 것은 국민정서상 어떤 논리로도 납득될 수 없다는 김 대표의 입장과 정부의 국책사업을 반대여론에 떠 밀려 백지화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청와대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선경이 사업자를 자진반납하는 편법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야권 및 국민여론 뿐 아니라 여권내에 일파만파의 파문을 낳았던 이동통신 문제가 여권의 심각한 균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직전에 절충점을 모색하게 된 것은 자칫 이 문제가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공감대가 여권 내부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주말 자신을 향한 정치권의 도덕성 문제제기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어떻게 보면 야권보다 더욱 목소리를 높인 김 대표를 겨냥,정치적 신뢰성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대표는 국민의 대다수가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안을 안일하게 기술적·행정적 잣대로만 처리하려는 정부의 행위에 강력한 의구심을 표시하며 지난 91년 강경대군 치사사건때 노재봉 전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던 강도이상의 「사나운」 심기를 더욱 높여왔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김영구 사무총장,김 대표의 고위 보좌진 등은 지난주말 이상연 안기부장,정해창 대통령 비서실장,김중권 정무수석 등과 긴밀한 접촉을 갖고 조정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 최고위원은 최종현 선경 회장을 만나 당정 갈등의 현실을 설명하며 선경의 자진반납 의사를 타진·촉구했고 K·L 의원 등도 중재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중재기류는 휴일인 일요일 하오부터 급속히 전개되면서 선경의 자진반납 이후 예상되는 제반문제에 대한 기술적 검토도 뒤따랐고 노 대통령에게도 여론의 반향과 당의 기류가 심도있게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이와관련,김 대표의 핵심 소식통은 『야권의 공세와 달리 김 대표의 입장은 당초부터 노 대통령이나 여권의 기득권층을 직접 겨냥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6공말기 사회 곳곳에서 이완현상이 뚜렷이 드러나는데도 민심과 배치되는 잘못된 정책결정이 이뤄지는 여권 전체의 분위기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동통신 문제는 선경의 자진반납 카드와 24일 민자당 수뇌부 회동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앞으로 여권내에 미칠 파장과 후유증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때 노 대통령과 김 대표 사이에 짙게 드리워졌던 「한랭전선」은 향후 두사람간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수반하게 되리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특히 김 대표가 가족문제 등 정치 지도자의 도덕성을 언급한 대목에 대해 청와대와 당은 『오해가 풀렸다』고 말하고 있으나 어쨌든 지금껏 두사람이 강조해왔던 「동반관계」는 허와 실을 내재해왔음이 이번 일을 계기로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김 대표는 자신의 총재직 취임이후 차기 정권 담당자 후보로서 6공 정부와 뚜렷한 색깔차를 내보이며 독자행보를 가속화할 방침이어서 두사람의 관계는 상당한 곡절을 겪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이른바 「여권 프리미엄」을 대선에서 최대한 활용해야할 김 대표로서는 노 대통령과의 「파트너십」을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까지 재정립해야할지가 당면과제이겠으나 적어도 5·6공의 정권이양기와는 다른 패턴의 파트너십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또 기득 여권층내에서 최근 김 대표의 일련의 언행이 야당식의 돌출행동으로 비쳐져 왔음이 사실인 만큼 이를 어떻게 포용 또는 조정해야 할지의 문제도 그가 선택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 문제를 둘러싼 여권내의 갈등과정을 「작위적인」 것으로 규정,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야당에 대한 대응 역시 간단하지 않을 것 같다.
이동통신 문제는 정권 이양기에 잠복해 있는 여권의 복잡한 기류를 예기치 않게 조기에 부각시킨 측면과 함께 노 대통령과 김 대표가 어차피 한번은 넘어야할 과정의 한 단면을 표출시켰다고 할 수 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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