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특별한 만남” “역사적 의미” 화답/만찬장엔 중국 경제통들 다수 참석/회담분위기도 화기애애… 우의 다져/오늘 대사관 현판식… 중국측 「수교 무궁화」 식수○…23일 하오 조어대 방비원에서 열린 한중 외무장관 회담은 이상옥장관과 전기침 외교부장이 한중수교 의미평가와 함께 덕담을 시작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진행.
전 중국 외교부장은 회담에 앞서 『그동안 몇차례 이 장관을 만났으나 이번 만남에 대해선 특별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를 대표해 환영한다』고 인사.
전 부장은 이어 『이 장관의 이번 방문은 양국관계의 정상화를 비롯,기타 관계개선 문제를 위해 중대한 사명을 지닌 것』이라고 평가하고 『우리 두 나라의 관계정상화는 양국 인민들의 근본적인 이익에 부합하고 전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며 남북한 통일과 아시아지역의 평화와 번영에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 것』이라고 부연.
이에 이 장관은 『이번이 네번째 만남』이라며 『전 부장의 말씀과 같이 이번 방문은 앞으로 양국관계에서 특별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화답.
이 장관은 또 『우리 정부와 국민들도 이번 방문으로 오랫동안 단절됐던 두 나라의 관계가 이어지고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첨언.
이에 앞서 이 장관은 숙소인 조어대 12호관에서 권병현 본부대사 등 회담참석 수행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회담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최종 정리.
이 장관은 하오 4시30분께 같은 구내에 있는 방비원 회담장에 승용차편으로 도착,미리 와 기다리고 있던 전 부장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보도진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해주기도.
이 장관은 전 부장에게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고 인사했고 전 부장은 만면에 미소를 띤채 『대단히 반갑습니다. 한국기자도 많이 많이 왔습니다』라고 인사.
○…이상옥 외무장관은 이날 전기침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한중수교로 북한이 고립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하는 등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
이 장관은 『이번 양국 수교가 남북대화 진전에 좋은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피력한뒤 『남북한간의 정치·군사·경제 모든분야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도록 하자』고 강조.
한편 24일의 수교 공동성명 서명식은 문안 낭독절차를 생략한채 쌍방이 문안서명·교환절차로 끝나게 된다고 김하중 주중 참사관이 설명.
양국 외무장관은 공동성명을 교환한뒤 샴페인을 터뜨리는 간단한 축하행사를 가질 예정이라고 김 참사관이 전언.
이어 오건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내외신 기자회견이 진행될 예정.
○…북경 시내는 한국측의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한중수교 사실 자체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듯 조용한 모습.
석간신문인 북경만보는 1면 가십에 1단으로 이상옥 외무장관이 관계정상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고만 소개.
다른 언론들도 비슷한 양상이었는데 북경 시민들중 실제 한중수교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국측 관계자들이 설명.
반면 일본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는데 이 장관의 공항 도착순간부터 30여명 이상이 줄곧 이 장관을 밀착 취재.
한편 북경시 외곽에 위치한 수도공항은 중국이 오는 2천년대 올림픽 유치와 각종 국제행사를 겨냥해서인지 전면적인 증개축 작업이 한창.
○…한중 외무장관은 이날 하오 6시10분께(현지시간) 회담을 끝내고 수행원들과 함께 방비원 건물내에 있는 연회홀로 자리를 옮겨 전 외교부장 주최의 만찬에 참석.
이날 만찬에는 우리측에서 이 장관 등 13명이,중국측에서는 전 부장을 비롯,이람적 대외경제 무역부장·서대유 주서울 대표부 대표 등 15명이 참석.
한중 양측관계자들은 이날 행사와 관련,『양국 장관이 이미 회담을 가졌기 때문에 만찬사 낭독같은 의례적인 순서는 없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가벼운 건배 및 인사말 정도는 오갔다』고 부연.
이날 양국 외무장관은 만찬이 시작되기전 영어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 맥주 등 음료수가 나오면서 통역을 통해 환담.
이날 만찬장에는 특히 외교 관계자들외에도 중국측에서 이 대외경제 무역부장 정홍업 국제상회 회장 등 경제통들이 참석,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측의 높은 경제적 관심을 반영.
○…주북경 대표부는 수교 공동성명 서명직후인 24일 상오 11시10분 북경시 건국문외 대가1호 국제무역중심 4층 대표부 건물에서 이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식을 갖고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관」의 정식 명칭으로 바꾸어 달 예정.
그러나 태극기 게양은 대사관 사무실이 국제무역중심내에 있기 때문에 국기봉 설치가 쉽지 않아 당분간 연기될 전망.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무장관 회담에서 서울의 중국대사관 현판에 앞서 우리측 북경 대사관 현판을 먼저 하는 것을 뒤늦게 양해 받았기 때문』이라며 『현판은 서울에서 특별제작,공수해왔다』고 설명.
중국측은 이날 방비원내 회담장에 무궁화 화분 5개를 배치하고 조어대 대로에 오색깃발을 내거는 등 우리나라에 대한 외교적인 배려.
○…중국측은 한중수교를 기념하기 위해 수교 공동성명 서명장소인 조어대 방비원앞 정원에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 한그루를 특별히 식수.
이 무궁화는 4∼5년생으로 연한 자주색깔의 탐스러운 꽃이 접시꽃 비슷한 모양.
○…이날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중국의 전 부장은 이 장관에게 『한중수교가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북한을 고립시키는 정책을 사용하지 않는 한국측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회담에 배석했던 윤해중 외무부 심의관이 소개.
전 부장은 이와 함께 『한중수교로 남북한 사이에 정치 군사 경제 등 모든 면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한중수교가 북한에 대해 개방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
전 부장은 또 대만측에서 흘러나온 한국의 대중 경협차관 20억달러 제공설으로 스스로 거론,『대만측의 반응이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불쾌감을 표시.
이에 대해 한국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 사람들은 우리가 한번 점심식사를 대접하면 다음엔 반드시 자신들이 대접한다』면서 『전 부장의 말은 20억달러 경협설에 코웃음을 치는 뜻』이라고 설명.
○…북한이 한중수교에 대해 계속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주중 북한대사관측도 겉으로는 별다른 견제나 항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중 한국대표부 관계자가 설명.
이 관계자는 『우리 대표부측도 북한 대사관의 움직임에 신경쓰지 않고 있다』면서 『24일로 남북한 대결은 끝났다』고 공언.
북한은 그러나 한중수교 교섭이 한창 진행중이던 2개월전 북경시내 건국문 외대가에 있는 한국대표부 바로 건너편에 금강원이라는 가라오케 주점을 여는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이 관계자는 밝히고 『아마 대표부 감시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
○…역사적인 한중수교 공동성명 서명장소인 조어대는 중국정부의 영빈관으로 국빈으로 초대받은 외국 VIP의 전용 숙소. 원래 황제의 행궁이었던 유적지에 지난 53년 조어대호를 중심으로 2층 건물 19개동을 별장형식으로 건립했다.
공동성명 서명은 조어대내 방비원에서 이루어지는데 이곳은 국가원수급 연회가 개최되는 곳.
이 장관의 숙소인 제12호 건물은 주로 총리급 국빈의 숙소로 중국측이 특별히 배려했다는 후문.<북경=이계성기자>북경=이계성기자>
◎「해외 첫공관」 명예덮고 철수채비/대만표정
○…대만의 단교를 하루앞둔 23일 주대만 한국대사관에는 박노영대사를 비롯한 공관직원 32명이 일요일임에도 모두 출근,대만과의 단교에 따른 ▲교민대책 ▲9월15일부터 대한항공의 취항금지를 비롯한 향후 예상되는 대만의 대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숙의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박 대사는 24일 상오 9시 대사관 현판을 내리고 25일 중국 본국으로 귀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정부의 단교조치로 폐쇄하게될 대북주재 한국대사관은 정부수립후 10일만인 48년 8월25일 최초로 개설된 해외 대사관으로서 우리의 「1호 공관」이었던 셈.
주대만 대사관은 이와 함께 주재국 사정이 아닌 본국의 조치로 철수하는 첫 대사관이 되는 2가지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교민들은 대만과의 단교후 비자수속 등 영사업무가 전면 중단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으나 한 소식통에 따르면 단교이후에도 대사관의 비자발급 등 영사업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
대사관측은 이에 관한 공식입장을 본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24일중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중수교에 분노한 대만국민들은 23일 대대적인 한국상품 불매운동에 들어가는가 하면 대북주재 한국대사관에 돌을 던지고 현판을 떼어 내는 등의 과격한 행동으로 한국에 분노를 표출.
이상옥 외무장관이 수교협정 서명을 위해 북경을 방문한 이날 대만 중부 대중시에서는 수천명의 학생·시민들이 한국상품 불매를 다짐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대북=유동희특파원>대북=유동희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