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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대만,44년만의 단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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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대만,44년만의 단교(사설)

입력
1992.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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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이 24일 정식 수교함에 앞서 대만(중화민국)이 22일 한국과의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한·대가 국교를 맺은 것은 48년 11월이었으니 44년만의 청산이다. 근 반세기만이다. 그러나 이번 한·대의 단교는 한국이 중국과 대만중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중국을 선택한데 따른 것이므로 적대관계에 따른 단교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단교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또한 미·일·불·영 등 세계 강대국을 포함하여 동서의 주요국들이 이미 한국보다 훨씬 앞서 중국과의 수교,대만과의 단교를 거쳐왔던 만큼 한국의 이번 조치가 대만으로서는 새삼스러운 경험도 아니다.대만정부도 한국이 조만간 중국과 수교하리라는 것을 예상해왔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렇다해도 우리는 대만정부의 충격과 실망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학백촌 대만 행정원장은 20일 한국의 대중 수교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전혀 의외가 아닌 이번 일이 우리의 앞날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고 했다.

대만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의 이번 조치가 그들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89년이후 추진해온 「탄성외교」가 한창 성공하고 있는 때에 나와 결국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를 가져왔다는데 좌절이 큰 것 같다.

대만정부는 한·중 수교에 대한 항의와 보복의 일환으로 ▲자국 인사의 한국방문을 전면 중단토록 하고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 등 다각적인 무역보복 검토 ▲석유화학·자동차 등에 부여해온 특혜의 박탈 ▲6개년 경제개발계획(약 3천억달러 규모)에의 한국기업 참여금지 ▲북한과의 관계개선 등 경제·외교적 대응조치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대만정부와 국민의 감정적인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만정부가 격정을 가라앉히고 앞으로의 한·대관계 재정립에 긍정적으로 접근해줬으면 한다. 냉철히 생각해보면 대만정부측이 머리에 떠 올리고 있는 보복안들이 한국의 국익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아니며 따라서 만일 실행된다면 대만의 명성만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한·대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정부는 앞으로 대만과의 관계와 관련하여 『가능한한 「최상의 비공식관계」를 유지하며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도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인 것은 미·일 등 다른 나라들의 선례를 참고하여 대만측과 협의하여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대만측은 「주한 무역사무소」나 「주한 무역관광협회」 등의 형태로 서울에 잔류,기존의 대사관 업무를 대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만의 국부인 고 장개석총통은 대만이 71년 10월 유엔에서 축출될 때 장경자강,처변불경(자강을 구하여,어떠한 변화에도 놀라지 말라)을 처방으로 내놓았다. 대만은 여기에 성공했다. 세계 최대의 외환 보유고를 갖고 있는 신흥공업국으로 경제에서는 오히려 대륙 중국에 앞서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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