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데까지 갔다” 대책마련 부심/한국상품 규제·입찰 금지 태세한중수교 사실이 처음 보도된 20일 아침 타이베이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장언사 총통부 비서장이 TV에 나와 비장한 목소리로 특별성명을 읽어 내려갔다. 『역시 믿을 건 자기자신뿐이다. 우리는 힘을 키워야 한다. 힘만 있으면 모든걸 극복해 나갈수 있다』
비슷한 시각,서울 명동의 주한 자유중국대사관. 김수기대사를 비롯한 주요간부가 이른 아침부터 대책을 협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타이베이에 있는 외교부 사람들보다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한 대사관 관리의 표현을 빌리면 이들은 『한중관계가 갈데까지 간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이 최근 북경 무역대표부를 통해 양국간의 수교문제를 마무리하고 있다는 정보를 탐지하고 있었다.
이들이 결정적으로 한중수교문제가 타결됐음을 감지한건 지난 10일. 매년 이맘때쯤 서울과 대북을 오가며 개최하던 한중 경제각료회담을 한국정부가 일방적으로 11월로 연기하자고 통보해 오면서였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대만 외교관은 『외교적 관례를 무시한 한국 정부의 이같은 처사에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고 전했다.
대만 외교관들이 모욕감을 느낀건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한중수교는 대만이 지난 70년말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소위 「탄성외교」에 치명타를 가한 대사건이기 때문에 그들의 충격은 그만큼 컸다.
대만은 71년 유엔에서 탈퇴한뒤부터 중국을 인정하는 국가와는 수교하지 않는다는 할슈타인 원칙을 고수해오다가 89년 이를 포기하고 국제무대에서 적극적인 외교공세를 펴왔는데 이번 한중수교로 커다란 좌절감을 맛보게 됐다.
대만은 한중수교에 대한 보복조치로 자국 인사의 한국방문 중단과 한국기업에 대한 반덤핑혐의 제소 등 제재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병곤 대만 경제부부장(차관)은 21일 자국 최대경제 단체인 전국산업연합회측에 한국 기업의 덤핑사례를 수집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측도 한국 기업이 대만시장에서 석유화학,철강 및 섬유를 비롯한 최소한 20개 품목에서 덤핑행위를 하고 있다는 「예비증거」를 이미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대만 경제관리들은 대북당국이 추진중인 약 3천억달러 규모의 6개년 경제개발계획과 관련,한국기업의 입찰참여 금지 등 광범위한 제재를 취할 것임을 위협했다.
그러나 대만은 한중수교 이전에 한국과의 단교를 선언할 방침이지만 이 경우에도 「주한무역사무소」 「주한무역관광협회」 등의 이름으로 서울에 잔류하며 기존의 대사관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서울에 주재하는 대만의 외교관들은 한국이 불가피하게 대만과 단교하게 되는 경우라도 사우디 아라비아처럼 잔류 인원에 대한 외교특권 부여를 비롯한 「각별한 배려」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상석기자>이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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